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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족집게 타격 `미니核`…북핵위협에 `공포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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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뉴스 / 수면위로 떠오른 전술핵 재배치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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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개발 완료 시점이 향후 1~2년으로 예상되면서 북한이 핵을 스스로 포기할 것이라는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 고위층 출신은 물론 국제정치 학계에서도 북한이 핵 보유를 국가적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관철하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핵무기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국내 정치권과 학계에서 점차 설득력을 얻어 가는 분위기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꼽히는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핵균형 확보와 전천후 대북 억제를 위해 전술핵을 재반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향후 현실화 여부가 주목된다.

◆ ICBM 대안으로 전술핵

전술핵무기는 핵무기 가운데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작은 것을 의미한다. 폭발력이 수백 ㏏ 이하의 핵무기를 지칭하는데 그 종류는 △전투기·폭격기에 탑재하는 폭탄 △야포로 발사되는 포탄 △병사가 등에 메고 가는 핵배낭 △탱크 파괴용 핵지뢰 등 다양하다.

이보다 파괴력이 큰 전략핵무기는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이 대표적이다. 전술핵무기를 정의하면 미국·소련 간 '전략무기제한협정(Strategic Arms Limitation Talks)'의 대상이 아닌 핵무기, 즉 비전략무기로 표현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전투와 전쟁의 방향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의 무기는 전술핵, 대도시 나아가 국가 운명까지 좌우할 정도의 파괴력은 전략핵무기로 설명되기도 한다.

전술핵무기는 주한 미군기지에 1991년까지 작전 배치돼 있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선언' 이후 주한 미군 전술핵무기는 모두 철수했다.

6·25전쟁 이후 배치된 주한 미군 전술핵은 1967년쯤 950기로 정점을 기록한 뒤 1980년대 중반 150여 기로 줄었다가 1991년 말 마지막 100여 기가 철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미군이 보유했던 전술핵무기는 '어네스트존' 지대지 로켓과 155㎜ 자주포 등이 있다.

살상 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에 휴전선 인근에 배치돼 즉각적인 반격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작전 개념이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핵무기가 일본 군부에 압도적 파괴력을 보여줘 전쟁 의지를 꺾겠다는 효과를 노린 것과는 개념이 다른 셈이다.

전술핵무기는 메가톤급 위력을 갖는 ICBM보다 실전에 사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때 정치적·외교적 부담이 작다는 것도 장점으로 언급된다.

박휘락 국민대 국제대학원장은 "전략핵무기는 사용하는 쪽에서 정치적 부담도 많고 핵 보유국 간 전면 핵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억제력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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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소유로 배치해 김정은 압박

주한 미군 전술핵 재배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B61-12 핵폭탄이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5개국의 미 공군기지 6곳에는 150∼200여 기의 B61-12 전술핵무기가 비축돼 있다. 유사시 이 핵무기는 미국과 5개 동맹국의 전투기에 탑재돼 실전에 투입된다. 핵탄두를 작동 가능한 상태로 전환하는 최종 승인코드는 미국이 통제하지만 5개 동맹국이 탑재 및 투발 수단을 제공해 사실상 '50% 사용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미국이 나토와 핵 공유(Nuclear Sharing)를 하는 것은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이 유럽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하면서 미래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제공한 확장억제의 일환이었다. 냉전 시기에 미·소가 대규모 핵 대결이라는 악몽을 끝낸 뒤에도 현실적 필요에 따라 핵무기를 남겨놓았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사례다.

전술핵 재배치를 가정할 경우 한국 공군의 KF-16이나 F-15K 혹은 앞으로 들여올 F-35A에 B61-12 폭탄을 탑재해서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게 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를 사용할지 최종 결정을 내리는 순간, 남측에서 전술핵무기로 10여 분 만에 반격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저 또는 포기하도록 억제시킨다는 것이다. 이처럼 핵으로 핵을 막는 정책은 기존의 경제 제재 및 외교 압박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1991년 철수되기 전까지 전술핵무기는 관리부터 유사시 사용 승인 및 실전 투입까지 주한 미군이 도맡아 한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한미 간 협상이 벌어지면 나토 사례처럼 핵 공유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틀 내에서 핵무기 정책협의 참가 및 공동 결정 이행, 전투기 등 핵무기 사용 기술과 관련 장비 유지, 영토 내 핵무기 비축 등을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핵전력을 동맹국 보호 차원에서 사용할 경우 그 정치적 책임과 위험을 공유한다는 게 협정의 원칙이다. B61-12 전술핵무기가 비축된 나토 5개 동맹국도 미국과 이 같은 내용의 핵 공유 협정을 맺고 있다.

◆ "한반도 비핵화에 상충"…미도 "긴장 고조" 우려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부정적이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부가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하려면 비핵화 선언을 폐기해야 한다. 한미는 공식적으로 미국 본토에서 제공되는 핵무기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일단 선을 긋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예전보다 활발해졌다. 앞서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전술핵 재배치를 건의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실현되려면 한미 양국 기존 정책의 전면 수정 외에 중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중국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건양대 교수)은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 논의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이나 중국의 전략에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노리는 한미 동맹 균열을 막을 수 있고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독점하는 핵 보유국 지위가 흔들리기 때문에 북한을 향한 이중적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술핵 재배치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 정부도 고민은 있다. 박휘락 원장은 "핵무기를 군사 긴장이 높은 지역에 배치하는 것은 미 정부 입장에서 핵전쟁에 끌려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핵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지만 반면에 어두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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