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막 도로법 2조에 따른 합법 시설물 돼
아이디어 낸 이는 문충실 전 동작구청장
“땡볕 아래 주민 보면서 행사용 텐트 떠올려”
폭염 그늘막을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서울 동작구의 그늘막. 사진 동작구청] |
국토부와 서울시는 ‘고정식 파라솔형 그늘막’만 합법 시설물로 인정한다고 제한을 뒀다. 권완택 서울시 보도환경개선과장은 “천막을 모래주머니 등으로 지탱하는 방식의 경우엔 강풍이 불면 날라 갈 위험성이 있다. 접을 수 있는 파라솔형을 설치하되, 다리 부분은 콘크리트 바닥을 뚫어 깊숙이 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그늘막 설치와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자치구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가로수가 없어 그늘이 필요한 곳,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곳, 보행자 통행에 지장이 없는 곳에 그늘막을 설치하도록 한다. 폭염 그늘막은 ‘생활밀착형 행정’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서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서울에만 23개 자치구에서 808개의 그늘막을 설치하고 있다.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인천·대구·경기도 등도 잇따라 이를 설치했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사거리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그늘막에서 시민들이 땀을 식히고 있다. 서초구가 설치한 그늘막은 매일 10만 여명이 이용한다. 김경록 기자 |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뒤 효자동 3거리의 그늘막. 김춘식 기자 |
서대문구독립문 부근서대문 로터리의 그늘막. 김춘식 기자 |
금천구 시흥4거리의 그늘막. 김춘식 기자 |
문충실 전 동작구청장. |
-그늘막 설치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2013년 7월, 낮 12시쯤 동작구청 앞 삼거리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였다. 주민들이 땡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남성이나 노약자는 양산도 없이 서 있는 점이 안타까웠다. ‘땡볕을 가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책정된 예산이 없으니 비용도 들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동주민센터에 비치된 행사용 텐트를 떠올렸다. 운동회 등이 열리는 가을이 아니면 창고에 들어있는 텐트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로 어디에 설치했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 위주로 설치하기 위해 몇 곳은 직접 둘러봤고, 각 동의 동장들에게 적절한 위치를 추천받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장승배기 오거리의 횡단보도 앞, 숭실대 앞, 신대방 삼거리역 앞 등 50곳에 텐트를 세웠다.”
그는 71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77년 국방부 사무관으로 특별채용돼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시청 총무과장, 서대문구청 도시정비국장, 마포구청 부구청장 등을 거쳤다. 2010년 동작구청장으로 선출된 후 임기를 마치고 2014년에 퇴임했다. 그는 “퇴임 이후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교회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낸다”고 말했다.
-왜 ‘한 공무원’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나.
“설치하느라 고생한 사람은 직원들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한 것이나 다름없다. 내 공적을 내세우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 누가 물어보면 ‘직원들이 했다’고 말했다.”
-다른 구들에도 설치된 그늘막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사람들이 그늘막 안에 들어가 더위를 피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 혼자 웃곤 한다. 내 작은 아이디어를 다른 자치구들이 발전시켜 유용하게 활용하니 감사하다.”
-그늘막이 제도화까지 됐다.
“뿌듯하다. 이번 제도화를 계기로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
그는 2014년에 동작구청장 재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당시 선거법을 위반해 2015년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됐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사퇴 신고서를 제출한 직후에 다른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는 “후보자 사퇴 신고서를 접수하면 바로 후보자 신분을 상실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해명하면서도 “내 불찰”이라고 말했다.
-요즘 자치행정이 화두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지만,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현장에서 주민과 시민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살피면 해답이 나온다. 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게 창의적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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