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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남양주 농약검출 계란농장, 시료채취도 안하고 `적합` 황당한 친환경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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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이른바 '살충제 계란'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계란에 대한 친환경인증 관리절차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민간인증 대행업체가 피프로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경기도 '남양주 마리농가'에 대해 이달초 계란 시료 채취나 성분검사 조차 안한상태에서 '무항생제 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펜트린 살충제가 초과 검출된 경기도 '광주 우리농장'은 정부산하기관이 직접 실시한 검사에서 같은 시기 '무항생제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불과 10여일후 살충제가 검출됐다. 제품 가격만 비싸고 소비자보호에는 실효성이 없는 '친환경 식품 인증제'를 이번 기회에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매일경제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환경인증 데이터베이스(DB)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계란 살충제 검출 농가 중 한곳인 남양주 마리농장은 이달 2일 민간 인증업체의 무항생제 인증 사후관리 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9일 재확인한 일제 검사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불과 일주일새 친환경 검사 판정이 '합격'에서 '부적합'으로 뒤바뀐 것이다.

강력한 살충효과를 가진 피프로닐은 방제 이후 최대 60일까지 잔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잔존 기간을 감안하면 앞선 적합 판정이 결국 주먹구구였다는 얘기다. 검사를 대행한 민간 인증·관리업체 오씨케이는 농식품부에서 지난 2015년 2월~5월 3개월간 '부실인증'으로 업무정지 행정처분까지 받은 곳이다.

이 업체에 마리농장에 대한 검사 당시 상황을 묻자 "계란 시료채취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업체 측은 "지난 2일 사후 관리차원에서 현장에 나갔는데 당시 농장에 화재가 나 시료취채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닭 개체 밀도 검사만을 진행했고, 친환경 인증 기준을 준수하라고 재차 고지한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증 업체는 "농가에서 정식으로 신청하는 신규 인증이나 인증 갱신 절차 외에는 시료 채취 과정은 생략해도 된다"고 해명했다. 주무기관인 농산물품질관리원은 "민간업체가 부적합 판정을 내놓을 경우 직접 현장을 방문해 시료를 채취하는 등 사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약성분 유무를 검증하고 항생제 사용 유무 판별의 핵심 과정이 시료채취가 통상적인 인증 사후관리 검사에서 생략된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불과 며칠새 심사결과가 뒤집히는 친환경 인증 검사는 비단 민간업체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15일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에서 닭진드기 퇴치용 비펜트린 살충제가 초과 검출된 경기도 광주 우리농장은 이달 4일 같은 기관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16일자로 우리농장에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인증업체가 '부적합' 판정을 받아도 일정기준만 맞추면 다시 '적합'으로 바꿔주는 것도 문제다.

우리농장은 지난해 8월 23일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불과 2개월도 안된 10월 5일에는 민간인증업체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부적합 판정을 받더라도 즉각 인증이 취소되는 게 아니라 시정후 다시 검사를 받으면 그만인 셈이다.

농가에서는 '시정조치'가 인증 취소를 피해갈 수 있는 구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인증업체 측은 "지난해 8월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부적합 판결로 시정명령을 내린 농가를 10월 현장 방문해 보니 인증 갱신에 문제가 없었다"며 "행정 명령 이행 기간에는 현장 조사 등이 불가능하지만 시정 명령이 내려질 경우 농가가 신청하면 언제든지 가능한 구조"라고 해명했다.

1년마다 돌아오는 인증 갱신 전에 일정기간만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인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구멍'이다. 사실상 인증 갱신과 문제가 발생 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시료 채취가 의무화 돼 있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국내 농수산물 친환경 인증제도는 '민간 업체'에서 수수료를 받고 인증을 내주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민간인증업체를 지정할 뿐 절차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인증신청 농가가 서류를 제출한 뒤 인증신청비, 출장비, 출장 관리비 등의 인증 수수료를 내고 심사를 받아 통과하는 방식이다. 전국적으로 수십여 개의 민간인증업체가 활동하고 있고, 민간업체들은 '친환경농산물과 축산물, 유기가공식품, 취급자' 등 세부적으로 대상을 나눠 친환경 인증한다.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들은 '친환경안전축산물직불금' 등 매년 수천 만원에 이르는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한 민간업체의 인증 사후 관리 시스템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정부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농산물 부실인증으로 적발된 건수는 2730여 건에 이른다. 정부가 손을 놓고 주먹구구식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민간 위탁으로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재홍 영남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인증업체에서 농가에 대한 관리를 계속 해야 하는데 그 관리가 그렇게 체계적인 상황이 아니라서 100% 친환경 인증과 식품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인증 및 관리 절차에 대한 규정 보완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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