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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北 미사일이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한 3가지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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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한이 지난 5월 14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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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28일 심야에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은 17일 '화성 14형 2차 시험발사에 따른 김정은의 득과 실'이라는 제목의 분석 보고서를 통해 "화성-14형의 재진입은 실패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3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ICBM급 미사일의 경우 발사된 이후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온다. 이때 빠른 속도로 탄두에 마찰열이 발생한다. 탄두가 이 열을 견디도록 하고, 탄두 표면이 불규칙하게 깎이는 현상도 막아야 한다. 목표물에 도달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발하지 않도록,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급 미사일의 핵심이다.

플라스마 흔적이 없다
보고서는 첫 번째 근거로 대기권에 플라스마 흔적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대기권의 플라스마 흔적은 융제(화학적 삭마) 현상에 의해 발생한다.

수천℃에서 융제 물질이 승화되면 재진입체가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는데 이때 대기 중 공기나 물 입자와 반응해 한동안 지워지지 않고 남아 주간이나 야간에도 식별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런 흔적이 식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이나 러시아가 공개한 시험발사 자료에는 주·야간을 불문하고 융제 현상으로 발생한 고온의 플라스마 흔적이 일직선으로 길게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화성-14형의 2차 시험발사의 재진입 과정에는 이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진입체의 표면에서 융제현상이 발생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융제 현상이 일어나는 온도까지 열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융제 물질이 제대로 화학적 삭마를 일으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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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미사일.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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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사라졌을 가능성
또 보고서는 재진입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일본의 홋카이도까지 근접해 NHK방송 카메라에 포착된 것을 분석한 결과, "재진입체가 불꽃을 일으키고 나서 공중에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모의 탄두를 정상적으로 작동시켜서 내폭장치를 터뜨린 것으로 보기에는 불꽃의 모양이 이상했다"며 "불꽃이 보이고 나서 공중에서 사라졌다고 하는 점과 이후에 추가적인 폭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의 탄두가 정상적으로 폭발하지 않은 채 비정상적으로 폭발하거나 타버렸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높은 폭발 고도
정상적으로 폭발됐다고 해도 폭발 고도가 높아 지상까지 도달하는 재진입 기술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근거로 제시됐다. 카메라에 포착된 재진입체가 고도(대략 3∼4km)에서 정상적으로 폭발했더라도 핵탄두로서 위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표준 핵탄두(약 20㏏)가 그 고도에서 터졌다고 해도 지상의 목표물에 대한 충격파, 열, 낙진 등의 피해를 거의 주지않기 때문에 재진입 기술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미 본토까지 '핵탄두'를 날려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국제사회를 속이려고 하는 욕심이 과한 나머지 사거리가 일본의 홋카이도까지 근접해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히고 말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재진입 기술은 지금 실험실 수준을 갓 벗어난 상태라 할 수 있다"면서 "화성-14형의 재진입체가 불타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김정은이 추가 시험발사를 기획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국제전략연구소(IISS) 미사일 전문가인 마이클 엘리먼 선임연구원, 미국 워싱턴의 민간단체 신안보센터(CNAS)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 등 미국의 전문가들도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정보당국의 추정은 과장된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 바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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