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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같지만…'한강몽땅'을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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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가영·권세빈 서울시 청년 코디네이터

"시민이 주인공"…즐기는 것을 넘어 기획·운영도

뉴스1

한강청소년밴드페스티벌. © News1


(서울=뉴스1) 정혜아 기자 = 13일 오후 10시. 여의도한강공원 물빛무대 뒤는 울음바다가 됐다. 2개월 동안 '한강청소년밴드페스티벌'을 준비해온 청소년들이 행사가 끝나자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렀다. 일부 청소년들은 연신 '사랑해', '수고했어'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서울시 대표 여름축제 '한강몽땅'의 유일한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한강청소년밴드페스티벌이 4시간 가량 진행됐다. 2000석 규모의 물빛무대는 공연 내내 관객으로 꽉 찰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이를 위해 노력한 2명의 서울시 청년코디네이터들이 있었다. 특히 청소년축제 분야 관련 경력을 가진 이가영 청년코디네이터(32)가 큰 역할을 했다.

이 코디네이터는 16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그림자'라고 묘사했다. 이 코디네이터는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됐다"라고 말하며 그동안의 어려움을 잊은 것 같았다.

사실 이 코디네이터는 지난 준비기간 동안 힘들 때가 많았다. 무대에 서기로 한 밴드들이 싸워 공연이 무산될 뻔 했는데 이들의 화해를 도와 공연을 하도록 했다. 초보 밴드에게는 음향체크하는 법 등 다양한 지식을 알려주기도 했다. 음악, 조명 등 각 분야 감독들과의 의견 조율 역시 이 코디네이터 몫이었다.

이 코디네이터는 "우리는 서로를 그림자라고 불렀다"며 "그림자처럼 드러나진 않지만 실재하고 문제를 해결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실 여의도한강공원의 물빛무대는 프로 밴드도 서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하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다는 점 역시 이 코디네이터에게는 큰 보람이었다. 이 코디네이터는 한강몽땅을 '시민들이 주인공으로 설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 역시 한강몽땅에서의 경험이 진로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코디네이터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러나 '문화'라는 단어만 들으면 가슴이 세차게 뛰곤 했다. 결국 그녀는 '문화기획자'란 꿈을 가슴에 품었다.

하지만 어떻게 문화기획자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서울시 청년코디네이터에 합류하게 됐다. 시 청년코디네이터는 '뉴딜일자리'의 일환으로 서울시 축제 현장에서 운영·지원 업무를 한다. 임금은 서울시 생활임금을 적용해 시급 8200원, 약 100만원 수준이다.

이 코디네이터는 "사실 임금은 서울에서 생활 가능한 수준이 아니지만 경험의 가치를 높이 샀다"며 "3~6월 교육·현장 실습을 통해 체계적으로 배운 후 7월 한강몽땅 현장에 투입됐다. 이 경험을 살려 문화기획자의 길을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1

지난 7월30일 이가영·권세빈 등의 서울시 청년코디네이터들이 서울시 대표 여름축제 '한강몽땅'을 알리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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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빈 청년 코디네이터(26) 역시 한강몽땅 등의 축제 현장 운영 경험이 '귀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권 코디네이터는 20일까지 진행되는 한강몽땅의 80여개의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상황실에서 역할을 맡았다. 햇빛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한강을 뛰어다니며 필요한 것을 챙겼던 권 코디네이터는 '한강의 조교'라는 별명을 얻었다.

권 코디네이터는 "금융경제학을 전공해 앉아서 공부하는 게 익숙했는데 청년 코디네이터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한강몽땅 홍보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것을 보니 신이 났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오프라인에서 진행한 홍보 행사를 꼽았다. 금요일에 밤도깨비야시장에 가서 홍보부스를 만들고 적당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기념품을 나눠주면 한강몽땅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500명가량의 팔로우가 늘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과 현장을 너무 달랐다"고 권 코디네이터는 말했다. "비 예보가 있었는데 홍보를 계획대로 진행할까 말까 결정해야할 때부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권 코디네이터는 "홍보부스 설치를 위해 공간을 빌리는 것부터 홍보부스에 놓을 테이블을 구하는 것까지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며 "인턴 등 마케팅 관련 많은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 현장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 사실 이날 팔로우는 100여명가량 늘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한강몽땅은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축제이기도 하지만, 자신과 같이 축제 기획에서부터 운영까지 함께하며 '만들어갈 수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권 코디네이터는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하이라이트 기간 몰리는 일도 좀 줄일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민들이 청년 코디네이터로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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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청년코디네이터 권세빈(오른쪽), 이가영씨가 본지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8.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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