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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마구 버린 약 다시 내입으로…먹다 남은 약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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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약품에 생태계 오염, 수컷 물고기 20% 트랜스젠더…"약국 수거…홍보·지원 필요"]

머니투데이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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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로 열이 나는 7살 자녀에게 해열제를 먹이기 위해 약상자를 꺼낸 A씨. 지난 겨울 아이가 처방받았던 해열제와 최근 A씨가 먹다가 둔 감기약이 뒤섞여 있었다. 뒤죽박죽 약상자를 정리하기 위해 먹다 남은 해열제, 두통약, 감기약 등을 꺼냈지만 갑자기 고민스럽다. 알약을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면 안될 것 같고, 물약을 변기에 콸콸 버리는 것도 뭔가 꺼림칙하다.

먹다 남은 알약, 가루약과 시럽약 등 폐의약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몰라 쓰레기통이나 변기통에 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17일 의약 관계자들에 따르면 항생제, 피임약, 항우울제 등 각종 약품이 마구 버려져 수질·토양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먹다 남은 약은 '약국'에… "아는 이 거의 없어"

먹다 남은 약은 기본적으로 약국에 갖다 주면 된다.

민간단체 대한약사회가 사회배려적 차원에서 약국을 통해 폐의약품 수거를 시작하자 이를 정부가 보조하기로 했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2010년 약사회, 복지부, 환경부가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지자체가 정해둔 기간 마다 한번씩 약국에 방문, 폐의약품을 수거해 소각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소, 보건진료소 등도 약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알고있는 시민은 많지 않다. 경기도의 한 약사는 "사흘에 한 명 정도 폐의약품을 가져올 뿐 많이 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주부 신모씨(50)는 “이사 가기 전 그동안 쌓인 폐의약품을 어떻게 버리는지 몰라 쓰레기통에 모두 버렸다”면서 “방법을 모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마구 버려진 약품은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2007년 환경부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하천수와 축산폐수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에서 의약물질 오염을 조사한 결과, 일반 강물에서 설파티아졸 등 15종의 의약물질이 검출됐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사용하는 항생제 성분이 강물에 들어가 먹는 물로 우리 입에 들어오는 것이다. 지난달 2일 영국 엑시터대학은 가정에서 변기 등을 통해 강·바다에 버려진 피임약, 항우울제 때문에 수컷 물고기 20%가 트렌스젠더나 간성(間性·양성의 특징을 모두 지닌 성)이 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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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고충에 홍보 미지근…"정부 지원 필요"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한다는 게 잘 알려지지 않은 데는 약국들의 소극적 자세 등 홍보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도 화성의 한 약사는 “폐의약품 수거는 의약적 지식이 있는 약사들이 배려차원에서 하는 건데, 사실 현실적 어려움이 많아서 굳이 알려지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약국에 창고가 없어 폐의약품을 따로 둘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약사도 “둘 곳도 없는데 썩어서 냄새까지 지독한 폐의약품을 받는 게 좋을 리 없다”고 말했다. 또 “알약과 시럽을 일일이 분류해 보관해야 하는데 대부분 한번에 많은 약을 가져와 분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일부 사람들은 건강보조제 쓰레기나 생활쓰레기까지 섞어서 가져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대부분 약국이 창고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울 도봉·강서·은평구처럼 최소 한 달에 한번씩 빈번하게 수거해주면 좋겠다. 6개월 이상에 한번 수거하는 지자체의 약국은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또 “약국에서 사비로 종량제봉투를 사용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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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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