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즉각 화답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금은 김 위원장의 결정에 응답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괌 포격론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까지 들먹이며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일보 후퇴’를 일종의 반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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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양측이 거친 ‘말폭탄’을 자제하고 대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진전이다. 지금은 미국이 선제타격 직전까지 갔던 1994년의 1차 북핵 위기 때보다 사정이 한층 엄중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때와 달리 북한이 핵폭탄 보유국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북한이든, 미국이든 핵전쟁은 곧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파멸과 직결된다는 지극히 간단한 명제를 외면해선 곤란하다.
이번에도 양측이 극한 대치로 치닫다가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다. 북한이 언제 무엇을 꼬투리 삼을지 모르는데다 미국도 협상 방식을 놓고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위협을 실제로 멈춘 게 아니라 단지 협상의 여지를 며칠 동안 열어 뒀을 뿐이라는 분석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우리가 협상에서 제외되기 십상이라는 사실이다. 전쟁이든 대화든 우리의 의지가 배제된 채 진행되는 것이 문제다. 더구나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미국이 맞장구칠 가능성은 상존한다. 미국의 판단기준은 대한민국의 국익이 아니라 자신의 안전과 이익이기 때문이다. ‘코리아 패싱’도 모자라 ‘문재인 패싱’까지 거론되는 현실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동맹의 신뢰 이외에는 해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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