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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다시 어른거리는 ‘낙하산 인사’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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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낙하산 인사’의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민간 금융사에 대한 정부의 인사개입 시비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뒤떨어진 금융산업이 혁신은커녕 퇴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적폐 청산을 공언한 문재인 정부도 과거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차기 회장 사전 내정설이 나돌고 있는 BNK금융지주가 하나의 사례다. 외부인사인 김모씨가 유력하다고 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며 문 대통령이 18대 대선후보 때 경제고문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부산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등 지역에서는 연일 ‘낙하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우리은행장 등도 정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가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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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이럴진대 공공기관은 어떻겠는가. ‘떼거리 낙하산’ 조짐이 이미 여러 군데서 감지된다. 임기가 1~2년이나 남은 마사회 회장과 농어촌공사 사장에 호남 출신 민주당 전 의원들이 낙점됐다는 소문이 단적인 예다. 코레일 사장, 도로공사 사장 등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기업 사장들이 최근 잇따라 물러난 것도 대선 공신들을 챙기려고 인위적 물갈이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의 동향과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여야 4당 대표와 만나서도 “부적격자와 캠프 보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참모진과의 회의에서는 “전문성을 감안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인물을 중용하되 대선캠프 인사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공정성 시비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공공기관의 수장 자리가 대선 전리품으로 취급되는 ‘낙하산 인사’는 도려내야 할 고질이다. 부채가 수백조원에 이르는데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조직의 비효율과 방만 경영이 초래되는 것은 전문성과 능력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에 기인한 바 크다. 낙하산으로는 개혁을 이루기 어렵다. 단지 대선 공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적격자를 공공기관장에 앉히는 악습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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