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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성희롱 진실게임’에 뒤숭숭한 세종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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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안내원들 “2년 전 회식 때 용역업체 간부가 한 명씩 껴안아”…해당 간부는 “다른 자리서 등만 두드려 줘”

목격 간부들 “문제 될 줄 알았다” “관리본부장이 묵인”

작년 ‘노조 파괴’ 지목된 당사자는 “국감 앞둔 여론몰이”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세종청사 관리본부 소속 용역업체 간부가 2015년 2월 세종청사 여성 안내원 50여명과 함께한 회식자리에서 안내원들을 껴안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용역업체 직원이 지난해 3월 세종청사 관리본부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본부장이 묵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의혹 당사자인 용역업체 간부가 이를 부인하고 있어 당시 회식장소에 있었던 여성 안내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여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세종청사 관리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관리본부 소속 용역업체 간부 ㄱ씨는 2015년 2월11일 대전 유성구의 한 중식집에서 세종청사 각 부처 출입문에서 근무하는 여성 안내원 50여명과 회식했다. 회식장소에 있던 복수의 여성 안내원들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ㄴ씨는 “오후 7시쯤 시작한 회식이 9시쯤 끝났는데, 현장에 있던 간부가 ㄱ씨와 한 번씩 포옹하고 나가라고 했다”며 “ㄱ씨가 안으면서 귀에 대고 ‘잘 지내보자’고 하셨다”고 말했다.

ㄷ씨는 “당시 포옹했던 장면이 생각 날 때마다 지금까지도 수치심이 든다”며 “ㄱ씨가 인사권을 쥐고 있어 지금까지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ㄹ씨는 “술자리에서 ㄱ씨에게 술을 따라야 했는데, 그때 ㄱ씨가 유독 제 허리를 확 끌어안아 놀랐다”며 “너무 수치스러워 화장실에 가 울었고 선배가 달래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이 최근까지 동료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면 “테이블을 돌면서 술 따르라고 한 것, 내가 무슨 술집 여잔가 이런 기분이 들고 이상했지만, 다른 애들이 하니까 그냥 했다”, “식당 입구에서 나가는 사람 한 명씩 껴안을 때 기분이 이상한 내가 이상한 줄만 알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세종청사 관리본부 소속 용역업체 남성 간부들도 “ㄱ씨가 안내원들을 꽉 껴안는 장면을 봤다. 일부 안내원들은 소리를 지르며 피하기도 했다”며 “이런 상황이 향후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얘기를 서로 나누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용역업체 간부 ㄱ씨는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ㄱ씨는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한 차례 회식자리에서 등을 두드려준 적이 있는데 그게 전부다. 2015년 2월 회식자리에서 포옹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당시 회식자리에 있었던 30~40명 안내원들의 명단을 드릴 수도 있을 만큼 결백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ㄱ씨는 일명 ‘노조 파괴꾼’으로 불리는 노무관리업자로 지목된 바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12일 행안부 국정감사에서 “특수경비원 자격이 없는 노무관리업자 ㄱ씨를 비롯한 3명을 정부세종청사에서 경비원으로 고용했다”고 문제제기했다.

ㄱ씨는 “국회 지적에 대해선 자료를 내 완벽히 해명을 했다”며 “일부 직원들이 2년 전 일이라며 다시 들추는 것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의도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당시 회식자리에 참석했던 용역업체의 팀장급 여성 안내원들은 “악수하거나 등을 두드려주는 정도였지 포옹은 없었고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다”라며 “나중에 소문이 돌았을 때 여직원들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용역업체 간부 한 명이 지난해 3월15일 당시 세종청사 관리본부장에게 ㄱ씨의 성추행 의혹을 전했지만 본부장 ㅁ씨가 이를 묵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용역업체 간부는 본부장과 면담에서 ㄱ씨가 회식자리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주장하자 ㅁ씨도 “ㄱ씨가?”라고 답했다. 하지만 ㅁ씨는 “관련 사실이 전혀 기억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ㅁ씨의 후임 관리본부장도 “관련 내용은 전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ㅁ씨는 고위 공무원으로 세종청사 관리본부장 재직 시절인 지난 3월 부하 직원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지난 14일 현직으로 복귀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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