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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검찰 ‘본사 개입’ 외면, 대우건설 ‘산재은폐 사건’ 녹취록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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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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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2014년 수원 광교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붕괴사고 직후 조직적인 금품로비를 시도한 의혹에 대해 검찰은 ‘본사 차원의 개입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경향신문 8월16일 12면 보도) 검찰은 그 이유를 ‘수사단서 부족’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후 근로감독관과 고위경찰관에게 돈 심부름을 하다가 해고당한 ㄱ차장(48)이 제출한 녹취록을 보면 검찰의 설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고 후 1년 정도 지난 2015년 5월 ㄱ차장이 타워크레인 사고업체 ㄴ공영 김모 전무와 나눈 대화내용을 보면 대우건설이 업체로부터 받은 돈으로 근로감독관에게 뇌물을 준 정황이 잘 나타나 있다. 먼저 ㄱ차장이 “ㄴ공영 사장님이 현장소장한테 연락받고 그렇게 해준 거잖아요”라고 묻자 김 전무는 “그렇죠. 1000만원 얘기를 해준 거잖아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어 ㄱ차장이 “기성 더 떠주기로 한 것. 기존 계약된 것 외에 기성을 더 주기로 한 게 있었잖아요”라고 묻자 김 전무는 “그러니까 그건 2500, 2500선을 일단은”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가 뇌물 등 사고처리 비용을 대면 대우건설이 계약을 변경해 공사비를 올려주기로 돼 있었던 것이다.

ㄱ차장이 또 “어쨌든 대우한테 대미지 안 가게 감독관한테도, 솔직히 1000만원이 작은돈입니까”라고 묻자 김 전무는 대우에 대한 섭섭함을 표시했다. 그는 “그것도 우리 사장이 (대우 본사에) 들어가서 좀 얘기해야. 맨날 현장소장한테만 전화를 하고. 참 답답하다”고 했다.

대우건설이 비자금 횡령혐의로 ㄱ차장을 고발한 2015년 12월 대우퇴직 간부 오모씨와 나눈 녹취록을 보면 경찰 쪽 금품로비도 사정은 비슷했다. ㄱ차장이 오씨와 함께 인천 횟집에서 경찰청 소속 경무관과 식사하면서 전달한 로비자금 200만원을 회사에서 횡령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하자 오씨는 버럭 화를 냈다.

“내가 돈 받은 거 그대로 다 썼는데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자빠졌어.(중략) 내가 내일 (대우)사장 만나고 본부장(상무) 다 만날게.”

ㄱ차장이 뇌물공여로 수사받던 2016년 11월 녹취록에는 대우 본사가 ㄱ차장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ㄱ차장이 “현장소장이 노동부를 막아라. 돈이 얼마 들어가도 괜찮다고 했는데 갑갑하다”며 협력업체 김 전무에게 하소연했다. 그러자 김 전무도 “차장님만 아주 덤터기를 썼구먼”이라고 동정을 표시했다. 녹취록만 보면 대우건설은 금품로비 책임을 ㄱ차장 1명에게 전가했고 검찰도 여기에 말려든 셈이다.

특히 2015년 5월 김 전무는 크레인 사고를 무마하는 방법을 놓고 검찰과 모종의 사전협의를 암시하는 말도 했다.

“내가 검사하고도 세 번인가 통화했거든. (중략) 좀 빨리빨리 하자. 그래 갖고 원래 (노동청·경찰수사) 병합처리를 하려고 했는데 따로따로 하는 걸로. (중략) 노동부는 포커스를 망자(조종사 과실)한테 갈 것 아니냐 이거지. 벌금은 (대우가 아닌) 우리 쪽으로 나오는 거고.”

김 전무 말이 사실이라면 2015년 5월 대우건설에 대한 최종 불기소 결정은 재수사뿐 아니라 감찰까지 필요해 보인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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