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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케뱅과 거래 텄으면 한달 내엔 카뱅 통장 못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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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금융권 비대면계좌 개설 때 적용

시중은행은 서류 확인 가능해 예외

오프라인 지점 없는 인터넷 은행은

고금리 상품 있어도 동시가입 못 해

현재 은행권에서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 4월과 7월 각각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두 곳이다.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은 기본금리는 연 1.9%(만기 12개월)이지만, 누구나 제휴사 코드를 입력하는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0.2%포인트를 얹어준다. 가입한도는 5000만원이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은 별도 우대조건이나 가입한도 없이 기본금리 2.0%를 준다. 은행권 1년 정기예금 평균금리(6월 기준 1.58%)보다 0.42~0.52%포인트 높다.

그럼 목돈이 있다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로 나눠서 정기예금을 동시에 가입할 수 있을까. 답은 ‘동시엔 안 된다. 한 달 기다려야 함’이다.

만약 케이뱅크에 신규 가입한 직후 카카오뱅크에 가입하려고 시도한다면 스마트폰 화면에 이러한 문구가 뜨면서 가입이 중단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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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입출금통장을 만드셨나요? 나중에 다시 신청해주세요.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입출금통장을 만든 날로부터 20영업일이 지나야 새로운 입출금통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20영업일에선 주말·공휴일을 제외하기 때문에 사실상 한 달이다. 카카오뱅크가 ‘계좌개설까지 7분이면 뚝딱’이라고 비대면 계좌개설의 편리함·신속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계좌 개설까지 한 달이 걸리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5년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통장 개설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20영업일 안에 입출금 통장을 2건 만드는 고객에겐 반드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은행,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전 금융권에 공통된 지시사항이었다.

이후 시중은행은 다른 금융회사에서 통장을 만든 지 20영업일이 안 된 고객에겐 금융거래목적 확인서와 각종 증빙서류를 받은 뒤에야 입출금통장을 만들어주고 있다. 예컨대 급여통장이면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을 받는 식이다.

문제는 인터넷은행은 창구가 없고 계좌개설이 100% 비대면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금융거래 목적을 창구에서 일일이 확인할 길이 없다. 이 때문에 금감원 지침을 지키기 위해 일률적으로 20영업일 이내엔 신규가입을 받지 않고 거부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포통장 근절이라는 금융당국의 정책을 따르기 위한 조치”라며 “전 금융권에 공통 적용되는 지침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고객상담센터에서도 “지점이 없기 때문에 별도 예외 인정 없이 20영업일 내엔 누구도 가입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한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사 비대면 계좌개설도 마찬가지다. 45개 저축은행의 공통 애플리케이션인 ‘SB톡톡’에서도 최근 1개월 안에 금융권 계좌개설 기록이 확인되면 가입을 거부한다. 정부는 금융시장 경쟁을 촉발하겠다며 인터넷은행을 신설하고 비대면 계좌개설도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실상은 ‘한 달 1건’ 계좌개설이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일률적인 가입 거부가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은 해당 금융회사를 탓한다.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관계자는 “20영업일 이내 계좌개설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건 아니다”라며 “인터넷은행도 금융거래목적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만든다면 20영업일 안에도 계좌개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종이통장은 없지만 체크카드를 발급한다는 점에서 대포통장 매매 가능성이 있는 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금융거래의 편의성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다.

소비자단체에서는 대포통장 근절 정책이 지나치게 소비자 책임에 초점을 두다보니 생기는 불편이라고 지적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융회사가 특이 거래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굳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면서 계좌개설을 막을 필요가 없다”며 “금융회사의 역할을 보다 강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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