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과 통합 없다'는 바른정당…속내는 복잡

이혜훈, 자강론 고수…하태경 "한국당과 간극 너무 벌어져"

일부 중진의원들 중심으로 '연말 통합론' 제기돼

이혜훈 대표, 문재인 정부 100일 평가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평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7.8.16 srbaek@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바른정당 지도부는 16일 자유한국당 중진의원들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통합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쏟아낸 데 대해 다시금 자강론을 강조하며 양당의 통합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대선 패배 이후 한국당 내부에서 바른정당과 합치자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3선 이상의 중량감 있는 원내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보수통합론을 들고나온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날 한국당 의원들의 보수통합 주장은 바른정당에의 공식 '러브콜'로도 여겨졌지만 정작 바른정당은 쓴소리로 되받았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낡은 보수'(한국당)를 중심으로 뭉친다면 또다시 국민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며 "보수의 미래를 일으키려면 바른정당의 기치 아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통합을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바른정당이 주체가 돼 한국당을 '흡수 통합'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한국당을 훨씬 능가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만큼 당분간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없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이에 더해 하태경 최고위원은 아예 한국당을 통합 파트너로 삼을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사실상 양당 통합은 물 건너갔다고 강조했다.

하 최고위원은 "같은 보수라고 하기에는 간극이 너무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당 혁신위원회는 혁신이 아닌 수구위원회다. 어떤 분은 지방선거는 어려워도 다음 총선을 앞두고는 같이 가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이처럼 한국당과의 통합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몇몇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통합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지난달 당내 토론회에서 "지금 보수 분열 상태에서 내년 선거를 치른다면 저는 제가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며 "정당의 존재 이유는 선거다. 더 큰 상상력을 갖고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연말까지 합당 등 가시적인 통합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탈당할 의원들도 꽤 있을 것이라는 설마저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의석수가 교섭단체 구성 기준인 20명에 걸려 있는 만큼 여론을 의식해 첫 탈당 사례가 나오지 않았을 뿐 앞으로도 지도부의 홀로서기 행보가 계속된다면 언제든 '도미노 탈당'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중진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수통합은 절실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 대표와 홍준표 대표가 각 당 대표로 있는 한 통합은 힘들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둘 다 참패를 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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