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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겉도는 KAI 수사…‘본류’ 건드리지 못해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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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대출 혐의’ 전 협력업체 대표 구속

-하성용 사장 등 ‘본사’ 수사는 진척 안돼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위사업 비리를 수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청구된 KAI 전 협력업체 D사 대표 황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판사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구속사유를 밝혔다.

D사는 지난달 18일 검찰이 KAI 수사를 시작하면서 압수수색을 단행한 5개 업체 중 한 곳이다. 검찰은 황 씨가 회사 매출 등 실적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헤럴드경제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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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수사 착수 한 달만에 첫 구속자가 나왔지만 검찰은 하성용(66) 전 사장의 개인비리와 KAI 분식회계 등 ‘본류’로 볼 수 있는 주요 혐의 규명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황 씨는 2015년에 이미 KAI 부장 이모 씨에게 3억 원을 건넨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재판에 넘겨진 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이 씨로부터 2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의 KAI 전직 임원 윤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 4일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주요 인물로 여기고 있는 KAI 전 인사운영팀 차장 손승범(43) 씨는 공개수배했으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손 씨는 처남 명의로 회사를 설립하고 일감을 몰아준 뒤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팎에선 수사 초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분식회계 수사는 전문성을 요하는 데다 혐의에 포함할 범위를 확정하는 작업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의심되는 분식회계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 정기인사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 부장이 박찬호(51·사법연수원 26기) 부장검사에서 이용일(49·28기) 부장검사로 교체된 것도 변수다. 이 부장검사는 대검 연구관, 수원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이번에 구속된 황 씨가 운영하는 D사는 KAI가 수주한 에어버스사의 A320, A350 항공기의 날개부품 등을 제조하기로 했던 업체다. 하지만 지난해 KAI는 황 씨의 형사처벌을 들어 ‘청렴거래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대해 D사는 KAI 하 사장이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부당하게 거래를 끊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하 사장이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부당한 이득을 챙겼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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