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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른다...비트코인 4483달러 최고가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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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730억달러, 결제업체 페이팔 앞서

아날로그 위기 때 ‘디지털 금’ 비트코인↑

2013년 키프로스서 예금 10% 과세하자

해외 자금 유출 수단으로 비트코인 인기

2016년 중국서 자금 해외 유출 통로 막자

매수세 급증, 전체 거래량의 90% 달해

북미 갈등으로 일본서 비트코인 ‘사자’

“연내 5000→7500달러” 목표가 높여

[고란의 어쩌다 투자]

위기에 강한 비트코인

가상화폐의 ‘맏형’ 비트코인 가격이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상화폐 정보 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5일(현지시간) 장중 4483.55달러를 기록했다. 16일 오전 8시 45분(한국시간) 현재 4204달러를 기록 중이다. 국내 가격도 기록을 다시 썼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15일 장중 514만원을 터치했다.

중앙일보

비트코인 자료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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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73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온라인 지급결제 수단의 대명사 격인 페이팔(698억 달러, 14일 종가 기준)보다 덩치가 커졌다. 가상화폐 정보 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1400억 달러(약 160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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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코인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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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일까(원문은 ‘주식시장은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른다’(The stock market climbs a wall of worry)는 증시 격언). 최근 강세의 이유 중의 하나로 여러 전문가는 북미 간 갈등 고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꼽는다. 비트코인이 주식ㆍ채권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위기 상황에서 그 가치가 빛나는 금과 닮았다는 평가다.

아날로그 세상이 불안할 때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찾았다. 비트코인이 조만간 명실상부하게 디지털 금이 되는 날이 올까.

①1차 상승파 부른 키프로스 사태





2009년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이후 가격표를 보면 2012년까지 거의 바닥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1비트코인당 10달러 선에도 못 미쳤다. 그러다 2013년에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그해 말에는 1000달러 선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한다. 비트코인 1차 상승 파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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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코인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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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파를 불러온 힘은 키프로스 경제 위기다.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는 2013년 그리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는다. 키프로스는 유로존에서 그리스에 금융과 경제를 전적으로 의존한다. 국가 경제(GDP)의 대부분이 관광 수입에서 나오는데 그리스 관광객이 줄면서 키프로스도 돈 줄이 끊겼다.

게다가 키프로스의 양대 은행은 그리스 국채를 GDP의 160% 정보를 보유하고 있었다. 유럽연합(EU)이 그리스를 살리기 위해 돈을 대주며 요구한 조건이 국채 상각(원래 가치보다 깎아서 현재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다. 키프로스는 앉아서 국부를 날리게 됐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한국도 외환위기 떄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자금 지원의 대가는 긴축이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IMF는 구제금융을 해 주는 대신 은행 예금에 10%를 과세할 것으로 키프로스 정부에 요구했다.

돈을 안전하게 불리겠다고 은행에 넣었더니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의 10%를 세금으로 뜯어가겠다고 했다. 10만 유로(최근 환율로 약 1억3400만원) 이상 예금자에 대해서는 최대 60%까지 과세한다는 말이 나왔다.

발등의 불은 엉뚱하게도 러시아인들에게 떨어졌다. 러시아와의 조세 협정으로 키프로스에 상당액의 러시아계 자금이 유입됐다. 당시 키프로스 은행예금 총액 약 700억 유로 가운데 34%인 240억 유로(약 32조원)가 러시아계 자금이었다.

앉아서 돈 떼일 러시아인들이 택한 통로가 비트코인이다.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통제하는 상황에서 키프로스에서 유로를 빼 낼 길이 없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국가간 장벽이 없으며, 그 어떤 통제도 받지 않는다. 익명으로 거래할 수도 있으며, 과세 근거도 없다. 은행에 보관할 필요도 없이 자산 보전이 가능한 수단이다.

‘사자’세가 몰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했다. 2013년 10월 1비트코인당 100달러선이던 가격이 한달 만에 979달러까지 뛰었다.

② 차이나 머니, 띄웠다가 끌어내리고





2014년은 비트코인의 시련기였다.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로 한때 세계 최대 거래량을 자랑했던 마운틴곡스가 해킹으로 파산하면서 비트코인은 하락 추세를 이어갔다. 2015년에는 200달러선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2016년 들어서면서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 쪽에서 유입된 매수세가 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에 열을 올린 것은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을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중국내 자금이 빠져나갔다. 2014년 중순 3조99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 달러선이 위협받는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위안화 가치와 외환보유액 사수를 위해 중국 정부는 은행을 동원해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들의 해외로 이어지는 자금줄을 원천 봉쇄했다.

빈틈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중국인들이 생각한 빈틈이 비트코인이었다. 정부 당국의 영향에서 자유롭다보니 해외로 자금을 빼 내는데 가장 손쉬운 수단이었다. 중국인들의 사자세가 몰리면서 2년동안 꿈쩍 않던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시 전 세계 비트코인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거래됐다(현재 거래 비중은 10%대 초반에 그친다). 글로벌 3대 비트코인 거래소 역시 모두 중국에 있었다.

차이나 머니를 등에 업고 시련기를 지나 승승장구하던 비트코인에 브레이크를 건 것 역시 차이나 머니다. 연초 비트코인은 1100달러를 돌파하며 연일 신고가(당시로서는)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 인민은행이 1월 11일 비트코인 거래소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하루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20% 넘게 급락했다.

③ 북미 갈등이 ‘디지털 금’값 올렸다





연초 차이나머니 이탈 파동으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본과 호주 등이 정식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하기 시작하는 등 저변이 확대된 덕이다. 랜섬웨어 해킹 세력들이 암호를 풀어주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면서 되레 유명세를 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더 올랐다.

7월에는 8월 1일, 비트코인 분할 이슈가 부각되면서 단기 조정기를 거쳤다. 우려와 달리 8월 1일 이후에도 시장이 금세 안정세를 찾았다. 8월 1일을 무사히 넘기자 시장 분석가들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골드만삭스 등 월가 자본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헀다.

신고가 행진에 불을 댕긴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는 9일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에는 “(대북) 군사적 해법이 장전됐다”는 글을 트위터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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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강성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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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서 인접국인 일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올렸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힐스에 따르면, 12일 하루 비트코인 거래량 가운데 엔화 비중은 50%에 육박했다. 이전에는 30%선에 그쳤다.

위기가 고조되면 사람들은 주식과 채권에서 돈을 빼 안전자산을 찾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자산이 금. 트럼프 미 대통령 발언으로 국내 시장에서 미니 골드바 판매량은 평상시보다 40% 늘었다.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을 찾는 사람이 늘었고,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디지털자산 컨설팅업체인 BKCM의 브라이언 켈리 대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비트코인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정부 통화 및 정책에 대한 불신이 투자자들을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시장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강경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비트코인이 금과 미 재무부 채권을 대신하는 안전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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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로니 모아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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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최근 신고가 행진은 월가의 낙관적 전망, 미국 선물 파생상품 출시 예정, 헤지펀드 자금 유입 등 복합적이다. 앞서 지난달 비트코인 가격이 연내 5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던 스탠드포인트 리서치 창립자인 로니 모아스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내 비트코인 가격이 75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수문이 열리고 있다”며 “헤지펀드와 재력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합류하면서 수억 달러가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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