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 처리장도 불안
하지만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지질조사를 거치지 않은 데다 지하수 유입으로 방사성물질 오염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불안요소는 지하 암반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방폐장 부지 대부분은 지진 등으로 쉽게 균열이 생길 수 있는 최하등급 암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05년 방폐장 부지로 선정된 후 건설이 한창일 때 확인됐다. 지하수도 하루 5000t가량 나오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펌프로 퍼내면서 공사가 진행됐다. 2014년 완공된 후에는 지하수를 뽑아내는 배수장치가 말썽을 일으켜 교체되기도 했다.
게다가 월성 원전과 경주 방폐장 인근 지역에 지진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 많다. 경주 방폐장의 건설 및 운영 허가 취득 과정에서 정부에 제출된 ‘예비안전성 분석보고서’에는 방폐장 터와 그 인근에 활성단층이 다수 존재하며 활동성 단층도 분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방폐장은 고준위든, 중·저준위든 지하수가 흐르는 곳에 건설해선 안된다”며 “언젠가는 지하수가 방사성물질과 닿을 것이고, 방사성물질은 방폐장 밖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주 방폐장은 모두 200ℓ짜리 80만드럼을 처분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폐기물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원전 1기당 1만4500드럼의 중·저준위 폐기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폐기물량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양의 중·저준위 폐기물이 나올지는 예측불허라는 의미다.
경주 방폐장은 안면도와 부안 사태 등 20년 넘게 사회적 갈등을 겪은 끝에 만들어졌다. 투명하고 엄격한 안전성 검사 전에 부지만 정해놓고 보자는 식의 안이함이 지역 내 갈등과 반목을 키웠다. 외국의 경우 암반 구조나 지진 단층, 지하수량을 확인해 후보지를 고른 후 주민의 뜻을 묻지만, 한국은 그 반대였다. 경쟁입찰을 벌여 반대가 가장 적은 경주를 선택했다. 대가는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이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질학적 안전성보다 주민 수용성을 우선해 부지를 선정한 결과”라며 “정부가 과학적이고 완벽한 검증을 하지 않아 불신을 초래했고 결국 현세대는 물론 미래세대까지 위험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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