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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건강+] ‘살아있는 미생물’ 공복에는 먹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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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제품 제대로 알고 먹자

세계일보

‘장 건강’ 챙긴다며 아직도 요구르트만 마시고 있다면 주목하자. 진짜 효능을 보기 위해 유산균 제품을 챙겨 먹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각종 매체를 통해 수없이 알려졌다. 변비, 설사, 과민성 대장 증상뿐만 아니라 아토피, 비만, 우울증, 장염, 대장암 등의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쏟아진다. 하지만 막상 유산균 제품을 구매하려고 보면 정보가 너무나 많아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막막하다. 이왕 유산균을 섭취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지근억 교수의 도움으로 좋은 유산균을 고르는 법과 ‘잘 먹는 법’을 알아본다.

세계일보

◆“유산균 수백억 마리… 비피더스균은 얼마나”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는 같은 말일까. 정확히는 유산균에 포함되는 균 중 일부가 프로바이오틱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적당량을 섭취했을 때 우리 몸에 유익한, 살아있는 미생물’이라고 정의한다.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스가 ‘비피더스균’과 ‘유산간균’(락토바실러스)다. 비피더스균은 대장에 서식하며 대장균 등 유해균을 배출시킨다. 모유를 먹는 신생아의 장내 균 대부분이 비피더스균인데, 이유식을 시작하고 자랄수록 그 수가 줄어든다. 유산간균은 주로 소장에서 활동한다. 항균물질을 생성해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며 면역력 증강을 돕는다. 균마다 성질과 효능이 다르므로 비피더스와 유산간균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의 장에는 비피더스균이 유산간균보다 100∼1000배 많다. 전문가들은 비피더스를 더 많이, 하루 10억마리 이상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유산균 제품 중에는 비피더스균을 적게 함유하고 대부분 유산간균으로 구성된 경우도 있는 만큼 유산균 제품을 구매할 때는 유산균 종류별 함유량을 따져봐야 한다.

유산균을 소개할 때 ‘외부 환경에 강하다’는 문구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사람의 장에 잘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장에서 잘 살 수 있는, 효과가 입증된 유산균 제품을 골라야 한다. 지 교수는 “일반적으로 발효유나 발효 채소에서 분리한 균보다는 인체에서 분리해 개발한 균이 사람의 장에 잘 정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균은 주로 대장에서 활동하므로 대장에서 활동하는 비피더스 유산균은 기본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식품보다는 유산균 제품으로, 식후 30분 내 섭취”

유산균은 발효유·요구르트·김치 등 유산균 함유 식품이나 분말, 캡슐 등 형태로 가공된 유산균 제품으로 섭취할 수 있다.

우리 몸에 유익한 비피더스균은 산소에 약하다. 장 건강을 위해 직접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는 가정이 늘었는데, 안타깝게도 가정에서 만들 경우 산소 차단이 어려워 몸에 좋은 비피더스는 잘 자라지 못한다. 유산간균을 함유하고 있는 김치에도 비피더스균은 거의 없다. 또 식품에 함유된 프로바이오틱스는 수가 적고 장에 잘 정착하지 못한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제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장 건강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더욱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높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30도 이하의 온도에서 밀폐된 상태에서 유통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구입 후에도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분말 제품을 물이나 우유에 섞어 섭취할 경우 온도가 37도를 넘지 않도록 주의한다. 공복 시에는 위 내부가 강한 산성이 돼 섭취한 유산균이 쉽게 죽는다. 식사를 하면 위산이 중화되는데 이 상태에서는 유산균이 죽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라는 환경이 된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는 식후 바로 섭취하거나 30분 이내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유산균은 내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섭취해도 효능이 떨어질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장에 도달할 때까지 유산균을 보호하기 위해 ‘코팅기술’을 적용한 분말 제품이나 캡슐 형태로 나온 제품들이 있다. 하지만 일반 분말 제품이 장에 잘 도달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분말 유산균에 사용되는 프로바이오틱스에는 담즙이나 위산에 강한 균이 사용되기 때문에 장에 도달해 정착하는 데 문제가 없다. 또 식후에 섭취하면 위에서 유산균 숫자가 늘어날 수 있으므로 코팅이나 캡슐이 더 좋다고 볼 수 없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에게도 면역력 증강을 위해 유산균을 먹이는 엄마들이 많다. 하지만 아기 때는 장내 유익균이 많아 유산균을 먹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지 교수는 “인체에는 유해균도 많이 살고 있어 아기 때부터 유산균을 먹는 것은 좋다. 특히, 분유를 먹는 아기들은 유해균이 더 많아 아이에게 유익한 비피더스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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