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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인 극우세력 난동으로 3명 사망…트럼프는 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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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남부연합 장군 동상 철거’ 결정에

버지니아서 10년만에 최대 집회

‘맞불’ 평화시위대에 차량 돌진

주, 비상사태 선포·방위군 투입

트럼프 “여러 편들”에 책임돌려 논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을 전후해 미국 사회에서 커져가는 ‘백인 민족주의’ 세력들이 공공연한 인종주의 시위를 벌이다 3명이 숨지는 폭력사태를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 사태를 빚은 백인민족주의 세력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민족주의 단체 구성원들의 대규모 폭력시위로 3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쳤다. 백인민족주의 세력들은 남북전쟁 때 남부연합의 장군이던 로버트 리의 동상을 철거하겠다는 샬러츠빌 시당국의 결정에 항의해 시위를 조직했다.

이들의 집회에 반대하는 세력도 이날 샬러츠빌에 집결해 반대 시위를 벌이다 충돌이 발생했다. 샬러츠빌 중심가에서 평화행진을 하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등 반백인민족주의 시위 행렬에 차량이 돌진해 32살 여성이 숨지고, 적어도 19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모두 35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오하이오주 출신의 제임스 앨릭스 필즈(20)를 2급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또 시위를 감시하던 주경찰 헬기가 샬러츠빌 외곽에 추락해 경찰 2명이 사망했다. 추락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버지니아 주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질서 회복을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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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집회는 ‘큐클럭스클랜’(KKK) 등 백인우월주의 및 신나치 단체, 대안우익, 스킨헤드족 등 인종주의와 극우주의 세력을 포괄하는 백인민족주의 세력이 10년 만에 벌인 최대 집회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리 장군의 동상 철거에 반대하며 대규모 집회를 예고해왔다. 백인민족주의 세력은 뉴올리언스와 세인트루이스 등지에서도 남부연합 상징물 철거 반대 시위를 벌여왔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뒤 격렬해졌다.

미국 전역에서 모인 6천여명의 백인민족주의자는 ‘우익들은 단결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11일 밤부터 버지니아대 캠퍼스에 모여 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에 반대하는 이들도 대항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안티파’로 알려진 반파시즘 단체들의 활동가 등 수백명도 주변에서 노래를 하고 구호를 외쳤다.

백인민족주의 시위대는 12일 아침 샬러츠빌 교외에서 집회를 연 뒤 도심의 이맨시페이션 공원으로 행진하다가 반백인민족주의 시위대와 충돌했다. 백인민족주의자들은 헬멧과 방패로 무장하고는 남북전쟁 때의 남부연합기를 흔들며 나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소총으로 무장했다. 이들은 이맨시페이션 공원의 리 장군 동상 앞에 집결해 “유대인은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 “너희는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와중에서 자동차가 대항 시위대 쪽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 사태를 비난하면서도 그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는 발언에 그쳤다. 그는 뉴저지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대항 시위에 나선 반대편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마이크 시그너 샬러츠빌 시장은 “트럼프가 거울 앞에서 자신을 보면서 자신의 선거운동 기간에 누구와 어울렸는가를 깊이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백인민족주의 세력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여당인 공화당 쪽에서도 즉각 비판이 터져나왔다.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대통령, 우리는 악을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며 “그들은 백인우월주의자였고 이번 일은 국내 테러였다”고 적시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의 적수였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라에 매우 중요하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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