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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운동선수’이자 ‘엔터테이너’의 ‘쓸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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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런던 세계선수권 남자 400m 결선 부상으로 중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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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가운데)가 13일 런던 세계선수권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허벅지 부상으로 쓰러져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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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운동선수일 뿐 아니라 가장 위대한 엔터테이너.’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10년 간 세계 육상을 지배하고 쓸쓸히 물러나는 우사인 볼트(31ㆍ자메이카)를 이렇게 평했다.

볼트는 뛰어난 육상 선수 이상의 존재였다. 독보적인 실력뿐 아니라 재기 넘치는 쇼맨십을 갖춘, ‘안티’가 거의 없는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전설’의 마지막 뒷모습은 애잔했다.

볼트는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자메이카 팀의 4번 주자로 출발했지만 곧 왼 다리를 절며 트랙 위로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 통증이 심해져 결국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원인은 허벅지 부상이다. 자메이카 팀 닥터 케빈 존스는 AP통신 등과 인터뷰에서 “허벅지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영국이 세계선수권 사상 처음으로 400m 계주 우승을 차지했고 미국과 일본이 각각 2, 3위에 올랐다. 경기 뒤 동료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난 볼트는 관중들을 향해 박수를 보낸 뒤 실내로 이동했다. 부상 탓에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그냥 통과했고 메달을 못 따 공식 기자회견장에도 오지 못한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팬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전한다”는 작별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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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글과 사진. 볼트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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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부족이 낳은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 4월 절친한 동료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리스트 저메인 메이슨(영국)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목격한 뒤 충격으로 한동안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후 영 신통찮은 기록이 나올 때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는 “걱정 말라”고 큰소리쳤다. 많은 사람들이 볼트가 세계선수권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라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천하’의 볼트도 어쩔 수 없었다. ‘땀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가 재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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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바통을 놓친 뒤 트랙에 쓰러져 있는 볼트의 모습. 런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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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진행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자메이카 동료 요한 블레이크(28)는 “400 계주 결선이 10분 정도 늦게 열렸다. 선수들이 40분 넘게 대기했다. 볼트는 다소 쌀쌀한 날씨를 걱정했다”고 토로했다. 팀 닥터 존스도 “시상식 일정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어져 오래 워밍업을 했다. 선수들에게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볼트 외에 부상 선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남자 100m 결선에서도 9초95로 3위에 머물렀던 볼트는 이번 대회를 동메달 1개로 마감했다. 그가 세운 올림픽 금메달 8개, 세계선수권 메달 14개(금11 은2 동1), 남자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신기록 등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업적으로 꼽힌다. 세계선수권 최다 메달은 앨리슨 필릭스(32ㆍ미국)의 차지가 됐다. 필릭스는 이날 여자 400 계주 결선에서 미국의 두 번째 주자로 나서 금메달을 땄다. 역대 15번째 메달(금10 은3 동2)이다.

볼트에 밀려 ‘만년 2인자’에 머물다 이번 대회 100m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던 저스틴게이틀린(35ㆍ미국)은 “아무도 볼트가 이렇게 퇴장하길 원치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가 2008년부터 세운 역사는 너무 대단하다. 이번 대회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모두 잊고 위대한 챔피언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볼트를 위로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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