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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리포트+] "새벽에 눈을 떴는데 몸을…" 일본 민박집 성범죄 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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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인 여성 여행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일본 후쿠오카 민박집 주인의 '검은 마수'가 한번이 아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여성처럼 숙박공유사이트인 에어비엔비를 통해 같은 민박집에 갔던 여성 4명이 비슷한 수법으로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신고자까지 포함하면 벌써 피해자만 5명입니다. 에어비앤비가 피해자의 경고를 묵살하고 문제의 숙소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SBS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 집주인이 건넨 술잔에 담겨 있던 하얀 가루

에어비앤비 성폭행 사건이 처음으로 알려진 건 지난달 18일이었습니다. 한국인 여성이 일본 후쿠오카의 아파트에서 새벽 6시 반쯤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주 후쿠오카 한국총영사관에 접수됐습니다.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일본 경찰에 체포된 집주인이 구속되면서 사건은 그렇게 우발적인 일회성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한국인 여성 피해자들이 있었던 겁니다. 성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추가 피해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올해 초와 지난 2월, 지난 6월 그리고 지난해 9월까지 4차례나 더 있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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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의 경우 올해 초 에어비엔비를 이용해 문제의 민박집에 머물렀습니다. A 씨는 새벽 1시쯤 집주인이 아래쪽 이불을 들추는 모습을 보고 놀라 다른 호텔로 도망치듯 숙소를 옮겼습니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하면서 집주인이 건넨 종이컵 술잔 안에 남아 있던 하얀 가루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조사 결과 하얀 가루는 수면제로 드러났습니다. 집주인이 술에 수면제를 타 마시게 한 뒤 성폭행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추가 피해 가능성이 우려됐고, 괜한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 "새벽에 눈을 떴는데 몸을 만지고 있었다"

지난 2월 역시 에어비앤비를 통해 문제의 후쿠오카 민박집에 묵었던 B 씨도 새벽 4시쯤 잠에서 깼다가 소름 끼치는 경험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평소 술에 잘 취하지 않는 B 씨가 집주인이 건넨 청주 한두 잔에 기억을 잃고 쓰러진 뒤였습니다. B 씨는 집주인이 자신의 옆에 누워서 몸을 만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놀란 B 씨가 "아니다. 싫다. 왜 그러냐"고 하자 집주인은 "Why(왜)? Why(왜)? 어제 좋았지 않았냐"고 B 씨에게 말했습니다. 수면제 때문인지 잠에 취해 정신이 없던 B 씨는 집주인에게 지난밤에 자신과 성관계를 했는지 물었지만 집주인은 자기도 다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걱정되면 임신 테스트를 해보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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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같은 후쿠오카 민박집에서 묵은 C 씨 역시 정신을 잃다시피 잠에 빠져들었던 기억을 털어놨습니다. 마찬가지로 집주인이 건넨 청주를 마신 뒤였습니다. C 씨는 다행히 주인이 성폭행하려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습니다.

D 씨는 지난해 9월 문제의 민박집을 찾았다가 집주인이 건넨 청주를 마시고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집주인이 다가오는 것을 봤는데 꿈인지 실제인지 명확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D 씨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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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경고 묵살한 에어비앤비…말 바꾸기까지

집주인이 건넨 술잔에서 하얀 가루를 발견했던 A 씨는 피해 사실을 에어비엔비측에 전했습니다. 귀국 뒤 문제의 민박집이 손님을 더 받아서는 안된다고 알렸습니다. 에어비앤비 측은 그러나 "조사해 보니 호스트가 나쁜 의도를 품어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는 이해하기 힘든 답을 내놨습니다.

A 씨가 "성인 여자 2명이 자고 있는 공간에 성인 남자가 불도 안 켜고 올라와 이불을 들고 있었는데 나쁜 의도가 없었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항의했지만 에어비앤비는 "충분한 조사를 통해 필요한 제재를 가했다"고 지난 4월 답했습니다. 심지어 "일본 경찰이 성범죄 혐의가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했기 때문이며 주인에 대해 경고와 교육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SBS 취재진이 후쿠오카 총영사관을 통해 일본 경찰에 확인한 결과 문제의 집주인이 무혐의 처리됐다는 에어비앤비 측의 말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본 경찰은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한 적도 없고 에어비앤비에 그런 통보를 한 적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에어비앤비 측은 뒤늦게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고 제3자를 통해서 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손님을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A 씨의 경고를 묵살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주인과 투숙객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 입장에서는 민박집 주인도 고객이기 때문에 성범죄 항의가 들어왔다고 함부로 낙인찍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장삿속을 차리느라 성범죄 피해 가능성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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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에 있는 이용 후기에는 "주인이 친절하다"며 문제의 후쿠오카 숙소를 칭찬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피해 여성 대부분도 후기를 보고 민박집을 방문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에어비앤비가 숙소 관리에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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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정윤식 / 디자인: 김은정)

[정윤식 기자 jy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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