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저금리의 역설…풀리지 않는 ‘돈맥경화’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통화량 증가 불구 통화승수, 예금회전율 등 유동성 흐름 지표 하락…한은 통화정책 파급력 약화]

머니투데이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오만원권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금리 영향으로 시중 통화량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통화승수, 예금회전율 등 관련 지표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각에선 경제의 혈액인 돈이 시장에서 제대로 돌지 않는다며 '돈맥경화'로 빗댄다. 한국은행 통화정책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시중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 규모는 평잔 기준 2472조200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5.9% 증가했다. 1년간 약 140조원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M2는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 등 협의통화(M1)에 2년 미만 정기예적금‧수익증권‧시장형상품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가계, 기업 등이 원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현금과 금융자산이다.

2000년대 초반 700조원대였던 M2는 경제규모 확대로 계속 늘었다. 2005년 7월 1000조원, 2014년 7월 2000조원을 각각 넘어섰다. 한은이 11개월간 5번 기준금리를 올렸던 2011~2012년 중에는 주춤했지만, 이후 거듭된 금리인하로 다시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정부 부동산 경기부양 대책이 집중된 2015~2016년은 M2 증가율이 8~9%대를 기록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3배를 웃돌았다.

그러나 돈의 유통 속도는 이런 흐름과 반대로 움직였다.

우선 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가 얼마나 많은 통화량을 창출하는지 나타내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올해 6월 기준 16.4배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화승수는 글로벌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27.3배에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승수 하락은 성장에 필요한 통화적 비용이 증가했다는 것”이라며 “경제 활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경제주체간 재화‧서비스 거래시 통화가 사용되는 횟수를 나타내는 통화유통속도(명목 GDP/M2)도 하락세다. 2006년 0.90 수준에서 점차 떨어져 지난해에는 0.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잔액/인출액)도 올해 6월 19.7로 20선이 깨졌다. 이 지표가 20을 밑돈 것은 1987년(19.9) 이후 30년 만이다. 가계, 기업이 은행에 맡긴 돈을 인출하는 횟수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집값 상승과 부채 증가로 가계는 소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은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불어난 통화량이 부동산 시장에만 몰려 생산성 높은 분야로 많이 유입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통화량 증가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통화유통속도 감소 때문"이라며 "은행의 신용창출 기능과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경제구조 변화로 과거보다 통화정책 효과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통화정책의 경기회복 효과를 높이려면 구조개혁과 함께 경제 불확실성이 완화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중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내수 소비와 관련된 중소기업이 살아나고, 중산층의 구매력을 복원하는 정책이 뒷받침되면 통화정책 효과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