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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경찰, 행안부 장관 '지휘권 발동'에 갈등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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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장관, 全경찰 지휘부 긴급 소집…文정부 '나홀로 유임' 경찰청장, 논란 풀까 ]

머니투데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 참석했다./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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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여름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경찰청 지휘부를 모두 소집했다. 일명 '민주화성지' 게시글 논란으로 시작된 경찰 지휘부 간 갈등이 확산되자 주무부처 장관이 직접 나섰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격적 지휘권 발동에는 논란을 신속히 해결하려는 청와대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김부겸 장관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를 방문해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한다.

행정안전부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외청인 경찰청의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현 상황을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조속히 논란을 불식시키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회의에는 논란의 당사자인 이철성 경찰청장(치안총감·차관급)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을 비롯해 수도권 지방청장들(서울·인천·경기남부청장, 치안정감)과 경찰청 과장급(총경) 이상 간부 전원이 참석한다. 전국 각 지방청에서도 화상 회의 방식으로 모든 지휘부가 참여한다.

이처럼 장관이 경찰 수뇌부 간 갈등 때문에 청사를 직접 찾아와 긴급 회의를 소집하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청장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가지지만 경찰청장은 임기제 외청장으로서 평소 소속 공무원들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보장받는다.

그만큼 현 정부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적 우려를 전달하고 진정성 있는 반성과 자숙을 직접 주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안팎에서는 논란을 불편해 하는 청와대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장관이 휴가가 끝나자마자 일요일 오후 경찰청을 직접 찾은 것은 청와대에서 빠른 해결을 원한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로서는 이번 논란이 크게 번질수록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촛불집회로 탄생한 새 정부에서 주요 권력기관장(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중 유일하게 이 청장만 유임됐는데 그런 이 청장이 촛불집회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7일 강 학교장이 지난해 말 광주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광주청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게시글(촛불집회 관련 시민 안전 안내문)을 이 청장 지시를 받고 하루 만에 삭제토록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게시글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 학교장 측은 이 청장이 '민주화의 성지'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이 청장이 '촛불로 이 정권(박근혜 정권)이 무너질 것 같냐'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하지만 이 청장이 관련 주장을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하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게시글 삭제 사건 이후 강 교장은 비위 행위로 감찰을 받았는데, 감찰 결과 경찰청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강 교장을 수사한다고 밝히면서 갈등은 더 커졌다.

폭로도 이어졌다. 강 교장 측은 표적 감찰·무리한 감찰이라고 맞섰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강 교장이 부하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연일 벌어지는 내부 난타전에 9일에는 박진우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이 강 교장을 불러 10여분간 면담도 했다. 상황을 조용하게 해결하자는 의미에서 대화를 나눴다.

그럼에도 이후 경찰 내부망이나 외부 게시판 등에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을 비판하는 현직 경찰관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는 등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장관까지 나섰다. 이날 지휘부 회의가 논란을 해소할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당장 갈등은 봉합된다 하더라도 변수는 남았다.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을 대상으로 2건의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먼저 시민단체 '정의연대'는 논란이 터지자 이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됐다. 또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감찰 결과를 바탕으로 강 학교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이 대외적으로 수사권 조정이라는 조직 최대의 숙원 과제를 앞두고 내부를 추스를 원만한 해결 방안을 어떤 식으로 끌어낼지 주목된다.

진달래 기자 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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