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르포, 성주 사드기지를 가다]레이더 켜자 ‘지잉’ 경광등 깜빡…전자파수치 순식간에 10배 올라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방부 “사드 전자파 기준치 이하…소음 영향도 없어”

[헤럴드경제=환경부 풀 기자단]국방부·환경부 관계자 등 40여 명을 태운 45인승 군용헬기 ‘시누크’가 경북 성주 사드기지 내 공터에 착륙했다. 통행이 엄격히 금지돼온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가 처음으로 민간인에게 문을 연 순간이다.

12일 9개 언론사가 기자단을 대표해 국방부의 사드 전자파·소음 측정 현장에 다녀왔다. 오전 10시반경 대구 군 기지를 출발한 헬기는 10분도 채 안돼 사드 기지 상공에 도착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황리에 운영되던 골프장에는 어느덧 잡초와 야생화가 가득했다. 사드 발사대 두 기는 골프장 북쪽 끝, 철판 매트 위에 임시로 설치돼 있었다. 미군 공여지 외곽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있고 골프 코스 곳곳에는 트럭 바퀴자국이 선명했다.

오전 11시 사드 부지 내 지원시설 2층에서 기자들을 비롯한 참관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열렸다. 국방부의 발주로 지난해 12월부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한 A사 관계자들이 나와 환경영향평가의 개요와 결과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헤럴드경제

국방부와 환경부 관계자들이 12일 오후 경북 성주에 있는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서 전자파, 소음 측정을 하기 위해 사드 발사대 앞을 지나고 있다. [성주=연합뉴스]


이어 토마스 반달 미8군사령관과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나와 지난 4월 사드 무단반입 과정에서 일부 군인들이 보인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당초 설명회 뒤 소성리 주민들에게도 직접 사과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해당 일정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반달 사령관은 기자들의 질문도 일절 받지 않고 사과문만 읽은 뒤 자리를 떴다.

전자파·소음 측정은 오후 1시 반부터 이뤄졌다. 사드 레이더로 이동한 참관단은 오후 2시부터 레이더 100m 거리에서 전자파와 소음을 측정했다. 사드 발사대가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레이더가 민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레이더를 껐을 때와 켰을 때, 두 가지 경우 모두 측정했다. 트럭 크기의 직사각형 판 모양인 레이더가 켜지자 ‘지잉’하는 가동소리가 울리며 레이더에 부착된 붉은 경광등이 깜빡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인근 근무자들에게 레이더가 켜졌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경광등”이라고 설명했다. 레이더를 켜자 전자파 수치가 켜기 전의 10배 가까이 올랐다. 국방부 관계자는 거듭 “수치가 올랐다고 해도 여전히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미미한 수치”라고 강조했다. 소음은 레이더에 달린 소형 발전기에서 나는 소리였는데 가장 가까운 100m 지점에서 50데시벨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화할 때 나오는 소리 정도”라고 부설했다.

이어 직선거리 500m, 높이 43m 차이 지점인 산등성이로 이동해 전자파와 소음을 같은 방식으로 측정했다. 이 지점은 최저 15도 각도로 쏘는 사드 레이더가 지상과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전자파 수치는 100m 때보다 외려 낮아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자파 영향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제곱배로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음 수치도 거리가 멀어진 만큼 낮아졌다.

참관단은 이후 발사대 인근으로 이동했다. 발사대 두 기는 레이더와 약 700m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한 기당 8개인 미사일은 모두 뚜껑이 닫힌 상태였고, 두세 명의 미군들이 총을 들고 경계하고 있었다. 왜 레이더와 발사대가 멀리 떨어져있느냐는 질문에 국방부 관계자는 “기계는 사람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발사대는 최소 500m 이상 떨어져 있도록 한다”고 답했다. 전자파 수치는 역시 미미한 수준이었다. 발사대에 달린 소형 발전기 탓에 소음은 다소 발생했는데 국방부 관계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고 전기시설을 설치하면 발전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관련 소음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레이더에서 약 600m 떨어진 지원시설에서 전자파와 소음을 측정한 뒤 참관단은 바쁘게 자리를 떴다. 기상상황이 악화되기에 앞서 헬기로 이동해야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기지에서 약 8km 떨어진 김천에서 전자파 영향을 살펴보려 했지만 측정 현장을 시위대가 봉쇄해 일정은 취소됐다.

국방부는 이날 사드부지 내부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레이더로부터 100m지점에서 0.01659W/㎡, 500m 지점에서 0.004136W/㎡로 각각 조사됐다. 700m지점과 관리동 인근에서는 각각 0.000886W/㎡, 0.002442W/㎡로 나타났다. 전자파 순간 최댓값은 0.04634W/㎡로 측정돼 모두 관계 법령에서 정한 기준치를 밑돌았다고 밝혔다. 현행 전파법은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을 10W/㎡로 정하고 있다. 기지 내부 소음은 레이더로부터 100m 지점에서 51.9㏈(데시벨), 500m 지점에서 50.3㏈, 700m 지점에서 47.1㏈로 각각 측정됐다. 환경성적기본법에 따르면 전용주거지역 주간 소음 기준은 50dB이다. 국방부는 “사드 부지가 가장 가까운 마을로부터 2㎞ 이상 떨어진 지점에 있으므로, 소음이 마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객관적으로 수행하고,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7일 성주에서 지역 공개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dewkim@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