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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의 눈물] 비싼 자동차 부품값에 휘청이는 해외법인차 정비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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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비사가 엔진오일을 갈고 있다. 내용과 무관함.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근 치즈통행료가 논란인데 부품 가격 부담도 결국 우리가 다 떠안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10일 기자가 경기도에서 만난 수입자동차 정비소 대표 A씨의 얘기다.

그는 “(본사가 주는 부품가격을 예로 들며) 이대로 가다간 공멸할 것”라며 고개를 떨궜다. A씨의 정비소가 계약한 수입자동차 브랜드는 본래 국내기업이었지만 한 외국계 업체가 인수해 해외법인 소유 자동차가 됐다.

정비소가 하는 일은 현대·기아 등 국산차 정비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반면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소 차이가 있다. 국산차 정비소는 가맹본부 밑에 가맹점 형태로 입점한다. 일정 금액의 가맹비를 낸 가맹점주는 가맹법에 의거해 보호를 받거나 상생을 위해 협의를 거칠 수도 있다. 반면 해외법인 자동차 정비소는 개인 사업자가 계약을 통해 이 브랜드의 위탁 정비소가 된다.

두 형태의 정비소 모두 하는 일은 비슷함에도 ‘상생’을 추구하느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A씨는 자동차 에어컨에 부품 중 하나인 ‘라디에이터 콘덴서’를 가리키면서 “소비자가 이 부품을 교체할 경우 36만원이 들지만 원가는 5만원 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품 대리점을 통해 라디에이터 콘덴서를 26만원에 사온다”면서 “우리는 정비를 통해 10만원을 남기지만 여기서 부가가치세, 인건비 등을 제하면 실제 남는 건 4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매출은 높은 편이지만 원가 비중이 매우 크다"며 "내야 할 세금은 많지만 막상 순수익은 저조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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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인 자동차 브랜드. 왼쪽부터 르노삼성, 한국GM, 쌍용


부산에서 같은 브랜드의 정비소를 운영하는 B씨도 “본사는 공장에서 저렴하게 도매로 부품을 구입해 엄청난 이윤을 남기지만 소매판매자인 우린 고작 10%대를 남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사실상 본사는 부품값을 마음대로 올리면서 전산이용료, 장비, 기술정보이용료 등을 받아가지만 우리는 본사가 운영하는 직영점 대비 낮은 정비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사후서비스(AS) 보증기간에 발생한 수리에 대해서도 합당한 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B씨는 “소비자가 AS 보증기간에 정비를 위해 찾아오면 본사가 정비소별로 책정한 등급에 따라 시간당 정비 수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영점의 경우 시간당 수당이 7만8000원 정도지만 위탁 정비소는 최고 등급이어도 그 절반 수준인 3만6000원 밖에 받지 못한다”며 “이 돈으론 임대료, 인건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현실이 지속되면 정비소가 AS서비스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해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B씨는 “현대·기아차처럼 가맹법의 보호를 받고 싶다”며 “가맹법의 보호를 받으면 단체교섭권을 통해 상생을 모색할 수 있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이어“회사가 정비소에 기술정보이용료, 프로그램사용료, 전산이용료 등 월 수백만원의 유사 가맹비를 받으면서 '가맹점이 아니다'라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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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르노삼성·한국GM 정비사업자연합회 관계자들은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가맹·대리점 을들의 피해 사례 발표대회’에 참석해 본사와 동반성장을 하고 싶다며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2년 전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계약서에 가맹금을 안낸다는 이유로 가맹점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연합회는 “실제론 가맹비와 유사한 형태로 본사에 비용을 내고 있다”면서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요구했다. 지난 10일 정비사업자연합회 관계자도 “이달 내 가맹법 적용을 위한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길 가맹거래소의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일부 해외법인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비소가 사실상 가맹점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부품, 오일 등의 가격이 시중판매가보다 많이 부풀려 있기 때문에 이를 가맹비로 남는 마진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외국 법인 자동차 제조사관계자는 “본래 현대·기아도 위탁형식으로 정비소를 경영해오다가 정책방향을 전환한 것”이라며 “우리도 해당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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