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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기영 본부장 사퇴에서 청와대가 배워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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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임명된 지 나흘 만인 어제 자진 사퇴했다. 황우석 사태의 책임에 대한 공개 사과에도 불구하고 사퇴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차관급 이상 공직자 낙마는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조대엽 전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네번째다. 박 본부장의 사퇴는 당연한 결과다. 박 전 본부장은 이미 사회적 신뢰를 잃어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이끄는 역할을 다 하기는커녕 부담만 될 상황이었다.

박 본부장의 기용은 그 자체가 무리였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있으면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를 지원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연구에 기여하지도 않았으면서 황 교수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황 교수 팀으로부터 줄기세포가 오염됐다는 말을 듣고도 제때에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연구자로서 바람직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고, 정책 집행자로서 모두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게다가 박 본부장은 그제 기자회견에서 과학기술계 발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나 방향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아쉬운 것은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 시스템과 사후 대응이다. 박 전 본부장의 기용이 불러올 파장은 과학기술계 여론만 들어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기용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정상적인 인사 추천과 검증 과정이 무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더구나 청와대는 박 본부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그에게 공과가 있다며 두둔했다. 과학기술계 전반의 판단과는 괴리가 있는 평가였다. 차관급 인사 교체 하나 건의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여당에도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인사가 잘못되면 적극적으로 나서 교정하는 게 여당의 역할이다.

박 전 본부장 기용과 낙마는 그간 시민에게 감동을 준 문 대통령의 인사 효과를 반감시켰다. 정말 과학기술 정책을 이끌 인물이 없어서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면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 실패를 교훈 삼아 인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우선 노무현 정부 당시 함께 일했던 인사들만 중용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문 대통령 개인의 선호나 판단이 아니라 한층 강화된 검증 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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