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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한반도 위기, ‘대북 특사’로 돌파구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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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한과 미국이 브레이크 없이 마주 달리고 있다. 북한의 제2차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가 최악의 수준에 이른 느낌이다. 북한이 미국령 괌을 포위사격 하겠다고 위협한 데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연일 거칠고 위험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강 대 강 대결이 한반도에 파국적 상황을 불러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우리 정부가 확고한 중심을 잡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북-미의 대결이 격해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변화를 모색하는 듯한 흐름도 느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북한에 대해 위협적인 언사를 쏟아놓으면서도 이와 함께 “(북한과 협상할) 때가 됐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 눈길을 끈다. 워낙 럭비공 같은 발언을 해온 터라 액면 그대로 믿을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심중에 ‘대결과 협상’ 둘 다 들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초강경 발언도 표면의 강도만 볼 것이 아니라 이면의 의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괌 포위사격 방안을 8월 중순까지 완성하겠다고 일정을 제시하고 미사일 비행경로와 탄착지점까지 밝힌 것은 위협을 과시하려는 면도 있겠지만, 미국에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그만큼 더 절박하게 촉구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정부의 능동적인 개입이 중요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야 한다. 그런 방안 가운데 하나로 ‘대북 특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직접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겠다는 뜻을 밝힐 수도 있고, 미국이 대북 특사를 보내 북-미 대화를 시도하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북핵 위기가 극에 달해 북폭이 논의되던 때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대북 특사로 파견해 북-미 대결 국면을 일거에 대화 국면으로 바꾼 것이 단적인 사례다. 당시 카터 방북을 제안한 사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 국면은 북-미 간 ‘치킨 게임’이 직접 충돌로 가느냐 마느냐의 기로라고 할 수 있다.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까지 앞두고 있어서 이 위기 국면을 바꾸지 않으면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파국적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때야말로 전환의 극적인 기회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 정부의 담대하고 용기 있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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