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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라’는 세상…불황 모르는 다이어트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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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다이어트를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거나 앞으로 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사람은 노년층 외에는 매우 드물 것이다.

수많은 현대인들에게 숙제처럼 돼 버린 다이어트는 끝까지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먹고 싶은 음식을 참는 힘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더라도 방심하면 '요요 현상'이 오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와 전투사를 합성해 '다이어터'(다이어트+파이터)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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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먹을 음식이 풍족해진 것은 수백만 년의 긴 지구의 역사 가운데 불과 몇백 년에 불과하다. 6·25 전쟁까지 겪은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먹고 살만 했을 정도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음식도 서구화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인의 식단은 고열량, 고영양가 섭취 구조로 급격히 바뀌었다. 당연히 한국의 비만 인구도 늘어났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임이 밝혀진 만큼, 과도한 체중은 적절한 수준이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날씬한 몸이 미의 기준이 됐다는 점이다.

정상 체중임에도 좀 더 마르고, 더 근육질의 몸을 원하는 이들의 열망이 커지면서 한국 다이어트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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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체형이 살찐 편이라고 인지한 학생은 남녀 중고등학생 평균 27.9%나 돼 10대 때부터 마른 몸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중장년층도 늘어나는 뱃살을 내버려둘 수 없어졌다. 2016년 BC카드사는 40, 50대가 피트니스 클럽에서 지출한 금액이 1년 전보다 188.8%가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그 때문인지 불황과 일자리 부족으로 자영업자들의 파산은 늘어나고 청년 실업자들이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다이어트 산업은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 7조 원대로 추산되던 건강·미용·다이어트 관련 산업은 2017년 10조 원대로 커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이어터들은 늘씬한 연예들이 등장해 스틱형 제품 몇 포를 입에 털어 넣으면 살이 빠진다는 보조 식품 광고를 보고 지갑을 연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이자 뚜렷한 식스팩 복근의 소유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자신과 같은 복근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운동 보조 기구의 모델로 나와 써보라고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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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헬스케어'도 관련 산업으로 떠올랐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심장 박동, 혈당량 등 생체 신호를 측정해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웨어러블 장비 등이다.

'세계 다이어트 엑스포'도 매년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엑스포에서는 전 세계 다이어트 관련 제품 트렌드와 최신 마케팅 정보, 전문가 초청 등을 통해 '다이어트 비즈니스'를 구축해 가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출처와 성분이 불분명한 다이어트 보조 식품들이다.

최근 3년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다이어트 보조 식품 불만 신고 건수는 3천 건에 달하지만, 이미 이 시장은 2조 원대로 커졌다.

다이어트를 잘못했다가는 몸 상하고, 돈 버리고, 또다시 다이어트에 실패했다는 자괴감에 마음마저 다칠 수 있다.

각종 다이어트 정보도 눈과 귀를 솔깃하게 만들며 충동구매를 유발한다.

지난해 한 공중파 방송국이 제작한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큰 화제를 불러왔다.

추어탕에 치즈를 넣고 말아먹고, 베이컨과 버터,삼겹살 등을 마음껏 먹는 장면들과 함께 고지방 섭취로 오히려 더 많은 살이 빠져 비만에서 벗어났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이 프로그램 직후 이마트의 버터 매출이 41.4%, 치즈는 10.3%, 삼겹살은 7.6%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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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이미 세상에 알려진 2만 6,000가지 다이어트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같은 다이어트가 이름과 효과에 대한 설명만 달리해 재등장한 셈이다. 특히 고지방 요법은 서구에서도 찬반 논란이 컸었기 때문에 대한비만학회와 한국영양학회 등이 프로그램 내용에 우려를 나타냈다.

다이어트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해, '국제 다이어트 없는 날(INDD, International No Diet Day)'도 지정돼 있다. 매년 5월 6일로 올해가 25주년째다.

'국제 다이어트 없는 날'은 지난 1992년 영국의 시민단체인 '다이어트를 깨부수는 사람들'(Diet Breakers)'의 대표인 메리 에반스 영에 의해 처음 지정됐다.

그녀는 건강과 상관없이 무조건 굶거나 마른 몸을 이상적인 것으로 부추기는 다이어트 산업을 경계하며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고 강조했다.

건강이 염려되는 비만이 아니라면,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다이어트 강요 세상'에서 탈출하라고, 25년 전부터 외쳐온 것이다.

이유진기자 (fa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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