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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여행기자의 미모맛집] 27 두부로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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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두부막국수 한 사발 몰고 가세요~

동해 바닷물로 만든 초당두부, 국수로 다시 태어나다

강원도 채소 넣고 끓인 깔끔한 육수에 퐁당 담가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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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으로 여름 휴가를 떠난다면 특허받은 막국수, 두부 막국수를 맛보길 권한다. 두부로 유명한 초당마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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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두부를 두부 브랜드 중 하나 쯤으로 알고 있지는 않는지. 하지만 초당두부는 경포해변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강원도 강릉 ‘초당동’에서 만든 두부를 가리킨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김치 만드는 법은 몰라도 두부 한 모는 뚝딱 만들어낸다고 전해지는, 그런 '두부두부한' 동네가 초당이다.

초당두부는 보통 두부보다 부드럽고 맛이 좋기로 유명한데, 콩물 응고제로 '소금'이 아니라 동해 해수를 쓴다는 데서 일반 두부와 차이가 난다. 초당에서 바닷물을 두부 간수로 쓰게 된 역사는 500년이 넘는다. 조선 후기 삼척부사로 부임했던 허균과 허난설헌의 아버지 허엽(1517~80)이 두부를 만들 때 ‘바닷물’을 활용하라고 명한 인물로 알려졌다. 소금이 나지 않아 소금이 귀했던 강릉에서 쉽게 두부를 만들기 위한 묘책이었는데, 외려 해수로 만든 두부 맛이 끝내줬단다. 허엽은 얼른 해수 두부에 자신의 호 초당(草堂)을 붙여 영원히 역사에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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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을 대표하는 향토음식 초당 순두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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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에서 두부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반찬이었지, 시장에 내다 파는 상품은 아니었다. 이런 기조가 바뀐 것은 1980년대 말, 우리나라에 ‘바캉스’라는 개념이 도입된 이후다. 90년대 초 강릉이 휴양지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초당동 인근 경포해변에 피서객이 몰렸다. 이들을 상대로 하는 초당두부 음식점이 속속 생겼다. 그때부터 초당두부의 명성이 전국 곳곳에 전해졌다. 현재 면적 2.88㎢에 불과한 동네 안에 두부 전문 음식점만 20여 곳이 밀집해 있다. 소금이 넘쳐나는 현재까지도 초당두부 제조 방식은 변함이 없다. 마을에서 수족관을 실은 배를 띄워 먼 바다에서 심해수를 길러온다. 초당두부공장에서 정제한 해수를 초당마을 음식점이 나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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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막국수와 깔끔한 육수가 어우러지는 두부 물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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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해수를 쓰지만, 초당동 두부 음식점의 두부 맛이 같은 것은 아니다. 음식점마다 각자의 ‘킬러 콘텐트’가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담담한 순두부만 낸다든지, 얼큰한 김칫국물을 더해 끓인다든지, 검정콩으로 만든 두부를 판다든지 하는 식으로 차별성을 꾀한다. 2006년 문을 연 ‘초당면옥(033-652-3696)’은 수많은 초당두부집 중에서도 독보적인 메뉴를 판다. 이름하야 ‘두부 막국수’다. 두부와 막국수가 따로 나오는 게 아니라, 아예 두부와 메밀가루가 섞인 반죽으로 면발을 뽑는다. 초당동에서 나고 자란 정은숙 사장이 개발한 메뉴로, 정 사장은 두부 막국수 제조법으로 특허를 땄다.

“메밀은 밀가루보다 점성이 덜해서 반죽이 어려웠어요. 초당에서 흔히 먹는 두부를 넣고 조물조물하니 신기하게도 국수가 잘 뽑혔어요. 콩의 단백질 성분이 메일의 응고를 돕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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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전문점 20여 곳이 밀집해 있는 초당마을은 갖가지 두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동네다. 초당면옥에선 메밀가루에 으깬 두부를 넣고 반죽한 면으로 뽑은 두부 막국수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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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두부 막국수를 한 젓가락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보니, 막국수와 달리 식감이 밀도 있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메밀 향과 두부의 담백한 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정 사장은 메밀 반죽에 직접 만든 두부를 으깨 반죽하는데, 두부 자체에 물기가 있기 때문에 물을 추가로 넣지 않는다. 해수로 빚은 두부에 간이 배어있어서 소금도 필요 없다.

가마솥에 삶은 국수를 살얼음 낀 육수에 말아 내는데, 되직한 국수와 어울리게끔 육수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끓인다. 무·다시마·표고버섯·대파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콩의 비릿한 맛을 없애주는 고추씨를 넣어 3시간 달이고 24시간 숙성한다. 보자기에 걸러낸 육수에 쇠고기를 살짝 담가 끓여낸 물을 식혀 육수로 쓴다. 이렇게 말아낸 국수가 초당면옥의 대표 메뉴이자, 여름철 줄을 서서 먹는 ‘두부 물 막국수(6000원)’다. 시원하고, 담백하고 배도 두둑이 차오르는 저렴한 한 끼 식사다. 매큼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부 비빔 막국수(6000원)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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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두부와 돼지고기 수육에 가자미식해를 얹어 먹는 두부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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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면옥 두부삼합은 쌈 싸먹어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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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릉시청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두부요리 ‘두부삼합(2만5000원)’도 새로 선보였다. 고소한 두부와 수육 그리고 강원도 이북 출신 실향민이 즐겨 먹는 가자미식해를 곁들여 먹는 메뉴다. 두부는 입 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고, 쫀득쫀득한 가자미식해는 씹는 맛을 더한다. 여기에 고소한 수육 맛이 어우러진다. 정 사장은 이틀에 한 번 꼴로 두부와 식해를 직접 만든다. 강원도 삼척(콩), 속초·강릉(가자미)에서 난 식재료를 고집하는 것도 이 집의 장점이다.

글·사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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