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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제2의 강남역 사건?···또다시 '여혐 살인 공론화'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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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강남역 앞 여성 혐오 살인 공론화 시위


뉴시스

'여성 혐오 근절하라'


뉴시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100여명 모여

"나는 오늘도 운 좋게 살아남았다"
"생활 곳곳 여혐 문화에 이미 피해자"
왁싱숍 살인사건 언급은 일절 없어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왁싱숍 여주인 살인 사건을 계기로 한 여성혐오살인 공론화 시위가 주말 강남역 근처에서 열렸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100명이 훌쩍 넘는 참가자가 시위 장소를 찾았다.

여성혐오살인공론화시위 주최측은 6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나는 오늘도 운 좋게 살아남았다"며 "더 이상의 성차별 폭력과 혐오 범죄는 그만두라"고 강조했다. 강남역 10번출구는 지난해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살해된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집회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던 곳이다.

이들은 "일상 속 성적 대상화, 시선 강간, 외모 품평, 생활 곳곳 스며있는 여성혐오 문화에 우린 이미 모두 피해자"라며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는 남자들도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시위 초반인 12시께 약 40명에 그쳤던 시위 참가자들은 오후 3시 기준 130여명까지 늘어났다. 흰색 천막 밑에서 선글라스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참가자들은 시위가를 부르고 구호를 제창하면서 시위를 이어갔다. 다른 단체와의 세력 연대 없이 뜻을 같이하는 익명의 여성 개인들이 모인 시위였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2015년 강력범죄(흉악) 피해자의 88.9%는 여성이다', '여자보고 조심하라 하는 당신도 잠재적 범죄자', '사회의 가장 주된 불안요인으로 여성 1인 가구는 범죄 발생, 남성 1인 가구는 국가 안보를 꼽았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주최자인 활동명 '총대'는 "여성혐오범죄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없는 데서 출발한 것"이라며 "(여성 상대 범죄가) '여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마치 공기와도 같이 스며드는 여혐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애초 왁싱숍 살인사건을 계기로 이날 시위가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5일 배모(30)씨가 종전 일면식도 없던 왁싱숍 주인 A(30·여)씨를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시위와 왁싱숍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피해자의 유족이 시위를 반대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주최 측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에는 최근 피해자 가족을 칭한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사건 정황을 자세히 알고있는 저희로선 기사도 공론화도 상처로 다가온다"며 "이런 큰 관심과 공론화는 더는 버틸 힘조차 없이 무너지게 한다"고 호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이날 구호나 피켓 등에서 해당 사건을 연상시킬만한 단어는 완전히 배제됐다.

주최 측은 "오늘 시위는 왁싱숍 살인사건 등 특정 사건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의 반대를 염려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시위 취지에 공감하는 참가자들도 많았지만 사건을 여혐으로 몰아가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가진 시민들도 있었다.

이모(25·여)씨는 "여성이 약자라서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여성혐오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최근 왁싱숍 사건은 여성혐오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는 황모(30)씨도 "남자라서 남자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남녀간 대립관계만 부추길 뿐"이라며 "여성혐오를 멈추려 하는 단체가 아니라 남자를 싫어하는 단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시위에서 큰 충돌은 없었지만 한 남성이 시위대의 사진을 찍은 뒤 도망가자 주최자들이 그를 잡으려 쫓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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