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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족 반대에도? '왁싱숍 살인' 여혐시위 강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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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강남역서 유족 뜻과 '무관' 추모시위…전문가들 "유족 입장, 최우선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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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싱남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 포스터 /사진=왁싱남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 공식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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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서울 강남 '왁싱숍 살인사건'이 제2의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피해자 유족이 추모시위 개최에 반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여권신장 차원에서 시위가 예정대로 열려야 한다는 주장과 피해자 측 입장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논리가 맞서는 모양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6일 정오부터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는 '왁싱남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경찰에 신고된 집회 인원은 200명이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당시 추모시위가 열렸던 장소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5일 서울 강남구 왁싱숍에서 여성 관리사 A씨(30)가 무직인 배모씨(30)에게 살해된 사건이 계기다. 배씨는 A씨가 나온 인터넷 방송을 보고 인적이 드문 주택가에서 A씨 혼자 왁싱숍을 운영한다는 정보를 얻어 범행을 벌였다.

배씨는 손님으로 가장해 약 40분간 왁싱 시술을 받은 뒤 A씨를 흉기로 협박해 체크카드 등을 빼앗고 수차례 찔러 사망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시위 주최 측은 이번 사건을 지난해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여성혐오 범죄로 보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시위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인터넷 방송에 노출(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피해자의 업소를 방문해 체험기를 내보냄)됐고, 범행 대상으로 지목돼 살해당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주최 측이 만든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최근 피해자 유족과 지인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위 자제 당부 글이 올라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을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밝힌 사람은 글을 올려 "저희에게 이런 큰 관심과 공론화는 정말 더는 버틸 힘조차 없이 무너지게 한다"며 "어떠한 취지이신지 어떠한 마음으로 뭉쳐 주시는지 알지만, 저희 유족들이 조금은 숨 쉴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없느냐"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이 처음 사건이 벌어지고부터 (이슈화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 했다"며 "한 달 만에 다시 시위 얘기가 나오는 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이 사건의 범행 동기를 여성 혐오보다는 배씨의 생활고 등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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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에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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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위는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디 '왁싱샵여혐살인사건'을 사용하는 누리꾼은 "이번 시위에서 말하고 싶은 건 피해자분의 죽음이 아닌 여성 혐오"라며 "유족분들 심정도 이해하지만 이번 시위에 개입하실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여성 인권을 지키기 위한 시위라는 입장이다. 주최 측은 시위에 필요한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좋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도 개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족의 의견을 무시한 채 시위를 진행하는 것은 여권 신장을 말하면서 다른 차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식의 자가당착일 수 있다"며 "시민사회 운동이 이제는 저돌적인 측면보다는 공존하고 남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천일의 노영희 변호사는 "피해 가족들이 제2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그들 중심에서 사고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공익적 목적에서 공론화가 꼭 필요하다면 최대한 피해자를 익명성에 숨겨주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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