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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플러스]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 결정 주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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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판단 주체 모호 / 靑 “결론 수용 입장 변화 없어” / 공론화위선 ‘대안 제시’에 무게 / 양측서 부담 떠넘기기 모양새 / 향후 책임 소재 논란 확산될 듯 / “정책 판단 여론에 떠넘겨”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의 주체는 누구인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권고를 할 뿐 결정은 정부가 한다’는 입장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청와대는 “공론화위 결정을 100% 수용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표면상으로는 공론화위와 정부가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 결정의 책임을 핑퐁식으로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다. 결정의 ‘법적 책임’을 정부가 진다는 방침에는 정부와 공론화위의 설명이 일치한다. 하지만 실질적 판단의 주체가 누군지에 대해선 양측 설명이 모순된다. 정부가 ‘법적 책임’은 지더라도, 정책 판단의 책임을 여론에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계일보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


◆靑 “공론화위 결정 수용… 변함 없다”

공론화위의 공론 과정에서 결론이 정해지고, 그 결론을 수용하겠다는 정부·여당의 기존 입장은 변화가 없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분명한 건 대통령 말씀대로 공론화위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결론을 내리든 100% 수용하겠다는 것이 한 번도 변하거나 흔들린 적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공론화위 측이 “공론화위나 조사 대상자들이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 빚어진 혼선을 바로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여당 간사이기도 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수석부의장도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공론화위가 결론을 내려 의견을 정부에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화위의 기류는 다르다. 갈등관리·여론조사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들은 전문가의 견해상 ‘공론조사 결과=정부 정책 결정’이라는 등식 성립은 어렵고,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을 ‘권고’ 형태로 올리겠다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결론을 내려주면 수용하겠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도 없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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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오찬 간담회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가 2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관련 공공기관장 오찬 간담회에서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왼쪽 네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이 계속되자 김지형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쳐진 것에 유감”이라며 “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에 대한 방향을 당초 방향과 전혀 다르게 변경하기로 의결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공론화위가 ‘결정하는지’, ‘권고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피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기에 앞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비공개 회동을 했고, 홍 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오해를 불러왔던 부분에 대해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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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첫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하고 있다.


◆공론화위 “답은 하나 아냐”… 권고에 무게

공론화위 의중은 여전히 ‘권고’와 ‘대안 제시’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관심이 모이는 ‘결정의 주체’에 대해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전날 브리핑에서 밝힌 대로 대안 제시와 권고에 무게를 두는 듯한 표현을 여러 번 썼다. 김 위원장은 “위원회로서는 숙의를 통해 얻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 결론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고 말했다. 또 “위원회는 숙의 과정에 대해 가능한 다양한 의견을 여러 가지 형태로 경청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위원회가 숙의 과정을 어떻게 설계·관리할 것인가에 관해 구체적으로 결정한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론화위 이윤석 대변인은 통화에서 “처음에 논의를 시작할 때 대통령이 공언하셨고, 결론을 내린다는 것으로 갔는데 (다시 살펴보니) 공론의 목적이 다양할 수 있어 혼선이 빚어졌다”며 “A, B, C, D 여러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데 A냐 아니냐를 물으시면 아직 답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정을 내달라’는 청와대 주문에 공론화위가 난색을 표하면서 향후 책임 소재 논란은 확산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공론화위는 공사 중단 결정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기 위한 면피용이었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공론화위를 구성해 원전 건설 중단 여부 결정 책임만 떠넘기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주형·박영준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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