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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마부작침] 문재인 정부, '조직 논리' 깬 검사장 인사…'정치 검사' 솎아내기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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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검사장 인사가 단행됐다. 당초 '인적 청산'에 버금가는 쇄신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파격' 수준까진 이르지 않았다는 평가가 더 많은 듯하다. 다만, 기존의 '검찰 인사 공식'을 따르지 않았고, 상벌을 명확하게 하는 등 검찰 개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 비공안 출신 대검 공안부장에 비특수 출신 대검 반부패부장..."조직 논리 타파"

이번 인사를 두고 검찰 내의 의견은 다양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의 방향성은 보여줬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대표적으로 검사장 전보 인사에서 기존 관례를 깨고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과 대검 공안부장에 '비특수, 비공안' 출신을 임명했다는 점이다. 두 자리는 전통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과 더불어 검찰 내 최고 요직인 '빅 4'로 불리는 자리다.

검찰 내에선 그동안 검사장급인 대검 공안부장의 경우, 대검 공안 연구관, 대검 공안 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 대검 공안기획관, 서울중앙지검 2차장 같은 보직 경로를 거친 전통 공안통 검사들이 가는 자리로 여겨져 왔다. 과거 중수부장을 대신하는 반부패부장도 특수부 출신들이 주로 임명돼 왔다. 중수 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을 거친 소위 '특수통'들이 가는 자리로, 전국 각 지검에서 진행하는 특수 사건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선 반부패부장에 특수부 경험이 적은 김우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공안부장엔 주로 특수와 기획을 오갔던 권익환 법무부 기조실장을 임명했다. 기존 검찰의 '인사 법칙'을 깬 셈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관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논란이 된 사건들 대부분이 특수 또는 공안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기존 공안통이나 특수통 대신 새로운 인물로 배치해 쇄신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내 고착화된 공안 라인, 특수 라인을 배제하고, 특수와 공안, 두 수사 분야에 대한 실질적 개선을 시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정치 검사' 방출 시작?...'우병우 사단' 지목 이동열 검사장 승진 두고 해석 분분

지난 정권에서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정치 검사'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책임 추궁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월 검찰 내부에선 "유성우가 쏟아졌다"고까지 표현했던 검사장 4명(고검장 포함)의 줄사퇴에 이어 다른 검사장들에 대한 경고성 인사가 단행됐다.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유상범 검사장을 한직으로 여겨지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을 사법연수원 부원장, 김수남 총장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던 윤웅걸 대검 기조부장을 막내 검사장이 가는 제주지검장으로 발령냈다. 유상범 검사장과 김기동 검사장은 정치권에선 '우병우 사단'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던 인사들이다.

반면, 지난 정권에서 '세월호 사건'을 두고 우병우 민정수석과 갈등을 빚은 조은석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승진됐다. 조은석 고검장은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19기 동기지만, 세월호 참사 때 해경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이후 청주지검장, 연수원 부원장 등 한직을 돌다가 정권 교체 후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상벌이 명확한 인사로 보여진다"며 "다만, 지난 6월, 4명의 검사장을 한꺼번에 옷을 벗길 땐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단호하게 좌천시킨 것에 비해 이번 인사에서 온도 차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우병우 사단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됐던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급)으로 승진한 것을 두고 하는 말로, 이를 두곤 해석이 분분하다.

이동열 3차장은 국정농단 사건 때 논란이 된 롯데 수사를 지휘했고, 우병우 전 수석과는 과거 대검 중수부와 범죄정보기획관실 등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동열 차장과 김기동 검사장은 문무일 검찰총장과 같이 모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출신으로, 두 사람은 문 총장이 아끼는 특수부 후배"라며 "총장과 법무부가, 이 차장과 김 검사장을 수사 지휘 부서가 아닌 곳으로 각각 승진과 전보 인사를 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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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약진, 두 번째 여성 검사장, 경희대 출신 첫 검사장

이번 인사를 통해 12명의 신임 검사장이 임명되면서, 1948년 검찰 창설 이래 역대 검사장은 345명(관련 기사:검찰의 별' 검사장, 그들은 누구인가?…검사장 전수 분석)에서 357명으로 늘었다. 당초 예상됐던 승진 폭 보단 다소 줄어들었는데, 이는 검사장 보직이 44개로 감소한 것도 영향을 줬다. 이번 검사장 승진은 사법연수원 23기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앞서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한 윤석열 검사장도 연수원 23기다. 당초 연수원 24기 검사에게도 검증 동의서를 받았지만, 검찰 연소화 문제로 이번 승진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7일까지 모두 13명의 검사장 승진 인사(윤석열 지검장 포함)가 이뤄졌다. 이 중 서울 및 호남 출신이 각각 3명(23%)를 차지해 지난 정권에 비해 호남 출신이 비교적 약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기간 동안 통상 60여명의 검사장 승진 인사를 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런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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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두 번째 여성 검사장이 배출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영주(연수원 22기)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이 조희진(연수원 19기) 검사장에 이어 역대 2번째 여성 검사장이 됐다. 조희진 검사장은 지난 2013년 12월 여성 검사 최초로 검사장에 승진한 바 있다. 조 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고검장 승진은 하지 못했지만, 의정부지검장에서 서울동부지검장으로 발령 받았다. 올 해 고검장 승진은 연수원 한 기수 아래인 20기까지 이뤄지면서, 여성 고검장 배출은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올해 연수원 20기까지 고검장 승진이 이뤄져 19기에는 더는 기회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기수 문화'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기 때문에 내년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밝혀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있다.

신임 검사장의 출신 대학은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출신이 69.2%(9명)이 가장 많았다. 다만, 지난 정권에선 맥이 끊겼던 한양대 출신 송삼현 부산지검 1차장이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했다. 또, 이성윤 서울고검 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경희대 법대 출신으로, 최초로 검사장(대검 형사부장)이 됐다. 이성윤 검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사정비서관실에 근무하며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을 보좌한 바 있고, 과거 키코(KIKOㆍ환헤지 통화옵션계약) 사건을 무혐의 처리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검사장 인사는 검찰 내외부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정 운영 능력을 상실하면서 검사장 인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국정농단의 한 축이자, 개혁대상 1호로 지목되면서 인적 쇄신을 통해 고강도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다. 심지어 일각에선 검사장 인사를 위한 법무부 인사위원회가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바로 다음날인 26일 열려 이번 인사에서 총장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총장과 장관의 의견 조율이 있었기에 이 정도 선에서 검사장 인사가 이뤄졌다"며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둔 총장과 검찰 개혁에 방점을 둔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두고 '주거니 받거니'를 하며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르면 다음 주에 있을 서울중앙지검 2,3차장, 대검 기획관 등 간부 인사를 보면, 검찰 개혁의 방향성이 더 뚜렷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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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안혜민·홍명한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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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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