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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사건 추적] 탈북-입북-재탈북…40대 남자 간첩 혐의로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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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40대 재탈북자 국가보안법 혐의로 구속

탈북자와 보호 경찰관 연락처 북에 넘긴 혐의

입북해 대남 선전방송 출연, 한국 사회 비판도

중앙일보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탈북자 강모씨가 출연한 대남 선전방송.[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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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방송인 임지현(본명 전혜성·26·여)씨가 입북 후 북한 선전 매체에 등장해 대남 비방 방송으로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북한에서 탈출했다가 스스로 입북한 뒤 다시 탈북한 40대 남성이 간첩 혐의(목적수행)로 경찰에 구속됐다. 지금까지 탈북했다가 입북한 뒤 재탈북한 사례는 5∼6차례 있었지만, 경찰이 목적수행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28일 경기남부경찰청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혐의와 간첩 행위에 해당하는 목적수행 혐의를 적용해 탈북자 강모(41)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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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탈북자 강모씨가 출연한 대남 선전방송.[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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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탈북자와 이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경찰관 등의 연락처가 담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입북해 북한 국가보위성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북한 함경북도 온성 출신인 강씨는 2015년 3월 내연관계였던 김모(23·여)씨와 탈북한 뒤 경기도 화성시에서 거주하며 일용직으로 생활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그는 돌연 김씨와 함께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갔다.

같은 해 11월에는 대남 선전방송 ‘우리민족끼리’에도 출연했다.

그는 “온성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하다 몇몇 사람들과 좋지 못한 일로 고민하다 남조선 괴뢰 놈들의 꼬임에 넘어가 김씨와 함께 탈북했다”며 “남조선 생활은 매 순간 지옥 같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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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전매체에 탈북 방송인 임지현씨가 전혜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임씨가 TV 조선의 방송 프로그램인 ‘남남북녀’에 등장했던 모습. [우리민족끼리, TV 조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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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2시간 노동을 시키고도 적은 돈만 주고 탈북자라는 이유로 멸시를 당했다”며 “남조선에서 탈북자들은 절망의 나락에서 살고 있다. 남조선은 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데 그중에서도 탈북자들의 자살률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과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막말 등을 거론하며 강도 높게 남한 사회를 비난했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김씨도 “남조선에선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공화국 주민들을 끌어오도록 하고 있다. 주민들을 사람이 아니라 상품으로 취급한다”며 “여성 탈북자는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씨는 올해 5월 본처와 함께 다시 탈북해 지난달 2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김씨는 동행하지 않았다.

강원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대남 선전방송에 나와 남한을 비판한 강씨가 재입국한다는 첩보를 입수, 공항에서 강씨를 긴급 체포했다. 이후 강씨를 상대로 입북·재 탈북 경로를 조사하고 왜 다시 남한으로 왔는지 등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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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마크


이 과정에서 강씨가 국내에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들고 북한으로 들어갔고 이를 북한 국가보위성에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경찰은 강씨가 재탈북한 이유가 국가보위성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것인지도 조사하고 있다.

강씨와 함께 온 본 부인은 현재 국정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이 끝나면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하나원에 입소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처음에는 ‘북한에서 다시 살려고 들어갔다’고 말했다가 이후 ‘본처를 데려오려고 북한에 다녀왔다’고 진술을 바꿨다”고 전했다. 경찰은 “강씨가 휴대전화를 북한 국가보위성에 전달한 것은 인정했다. 여러 증거와 정황상 목적을 가지고 북한 당국에 의해 입북을 하고 재탈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씨를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강씨의 국내 주소지를 관할하는 수원지검은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강씨를 기소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16일에는 탈북 방송인 임지현씨가 북한 선전 매체에 등장에 충격을 줬다. 임씨는 2014년 탈북 후 국내 종편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 실상을 폭로하는 등 탈북 방송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에 ‘전혜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재입북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임씨가 자진입북을 했는지 납북됐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춘천=최모란·박진호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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