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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바가지 기승…필리핀 3박4일보다 더 비싼 부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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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들이 줄어서 장사 안된다더니 진짜 맞나요? 휴가지 '바가지' 요금은 더 심해졌는데···."

3년전 공공기관에서 취업한 직장인 김 모씨(28)는 올 여름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김 씨가 올해 국내 여행 대신 해외를 선택한 이유는 바가지요금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해 휴가지를 부산으로 정했다가 평소 숙박비가 5만원 남짓인 부산 해운대 근처 한 모텔에 묵기 위해 2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했다. 그나마 주변 숙박업소들 중 가장 싼 요금을 부른 곳이었다. 한 번 낭패를 경험한 김 씨는 올해는 두 달 전 숙소를 예약하려했지만 피서지 주변 펜션들이 이미 평소 3배 가량 숙박비를 요구했다. 결국 김 씨는 여름철 바가지 요금의 '호갱(호구 고객)'이 되는 게 싫어 동남아 간판급 휴양지인 필리핀 세부행을 택했다.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 여름 휴가철 성수기(7월15일~8월15일)에 전체 인천공항 이용객은 전년대비 3.4% 증가한 684만명, 출국자수는 1.2% 증가한 281만명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작년 277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29일엔 출국 기준으로 역대 일일 최대치인 10만4336명이 공항을 이용한다"며 "총 600여명의 특별근무인원을 배치하고 주차공간 부족 문제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돼 임시주차공간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외 바캉스족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몇 년 새 대중화된 저가 항공의 영향으로 해외 여행 비용은 대폭 줄어든 반면, 국내 피서 비용은 여름철 성수기만 되면 어김없이 되살아나는 '바가지 요금'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내달초 해외 휴가를 계획중인 본지 기자가 '최저가 비교사이트' 등을 통해 부산 해운대, 베트남 다낭, 필리핀 세부 등 3곳의 휴가비 견적서를 뽑아본 결과 동남아로 가는게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싼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해운대를 3박4일 다녀 올 경우 2인 기준으로, 숙박비(펜션·중저가 호텔 기준)·KTX왕복탑승권·식사·여가비 등을 포함해 128만~140만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필리핀 세부와 베트남 다낭의 경우 각각 111만~129만원, 123만~140만원으로 오히려 더 낮게 나왔다. 휴가철 최성수기인 8월 초·중순 필리핀 세부·보라카이, 베트남 다낭 등 동남아 주요 관광지행 항공권 최저가는 예약시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6~7월중 예약할 경우 23만~30만원 수준이었다.

'바가지'요금이 제일 극성부리는 분야는 역시 숙박이다. 필리핀·베트남에선 2인기준 1박에 5만~15만원이면, 4~5성급 고급 리조트나 호텔도 이용할 수 있었다. 반면 부산 해운대 인근 5개 펜션을 점검해보니 비성수기에 10~14만원이던 2인 기준 방이 8월초부터 시작되는 성수기에는 22~38만원 까지 올랐다. 인근 호텔들도 평소 10~26만원 수준 방이 32만~45만원에 예약되고 있었다. 모텔도 1박에 20만원을 주고도 예약이 힘들었다.

숙박비 뿐만 아니다. 엄연히 불법으로 규정된 계곡·해수욕장의 '자릿세'는 한번 부당하게 뜯기고 나면 울분이 치솟는다고 피서객들은 입 모았다.

울산 지역 모 유명계곡으로 2박3일 휴가를 다녀온 구영출씨(45·가명)는 "계곡 옆 평상을 대여했는데 하루 대여비가 15만원을 훌쩍 넘었다"며 "불법인걸 알면서도 당장 답답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낼 수 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계곡 평상'은 현행 하천법 95조 규정에 따라 하천의 흐름을 막는 행위로 불법 점유로 해당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중국 사드 보복 후 관광객 급감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중인 정부도 '바가지요금'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다가올 평창 올림픽 기간에도 일부 신축 오피스텔과 펜션은 이미 1박에 40만~50만원에 예약받고 있고, 2.5성급 호텔의 경우 최고 80만원까지 오른 가격으로 예약받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저가항공 대중화의 영향으로 매해 국내 피서지보다 해외를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성수기 요금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지나친 바가지요금을 물리는 행태가 계속되면 국내 관광지들은 점점 외면 받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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