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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비트코인 ‘운명의 날’, 거래소가 내 비트코인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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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오후 9시, 비트코인 업그레이드 예정

출금은 먼저 정지…그때 전후해선 거래도 안돼

빗썸 등, 비트코인 분할로 생겨난 BCC 제공

코인원은 가치안전성 등 우려해 지급 않기로

“사라진 BCC, 거래소가 갖는 것 아니야…

안정화되면 지갑 제공, 상장ㆍ거래 시킬 것”

“BCC 가치 있을 것” 전망에 '사자', 비트코인↑

[고란의 어쩌다 투자]

'운명의 날’ 앞둔 비트코인-투자자가 짚어야 할 4가지 궁금증

8월 1일, 가상화폐 시장의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날 정오(GMT, 그리니치평균시), 한국 시간으로는 이날 밤 9시 비트코인이 쪼개진다. 기존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업그레이드(세그윗)한 버전과 이에 반발하는 버전 등 두 개의 종류로 분리된다. 주로 중국 채굴업자들이 지지하는 버전의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캐시(BCC)’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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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을 앞두고 가상화폐 시장은 ‘폭풍전야’의 모습이다. 일부 거래소는 비트코인 분리에 따른 기술적 오류를 막기 위해 입ㆍ출금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고 확인해야 할 4가지 점을 짚어봤다.

①8월 1일, 비트코인 거래 어떻게.
대부분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8월 1일을 전후해 입ㆍ출금을 정지한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은 31일 0시부터 8월 7일까지 비트코인 입출금을 금지한다. 해당 기간 입출금된 비트코인에 대해서 회사는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입출금 기간에도 거래소 내 거래는 자유롭게 이뤄진다. 다만, 8월 1일 오전 9시부터 BCC가 상장될 때까지는 비트코인 거래 역시 중지된다. BCC 상장은 8월 3일로 예정돼 있다. 빗썸 측은 BCC 상장일 기준으로 빗썸 지갑에 보유된 비트코인 숫자만큼의, 곧 1대 1 비율로 BCC를 지급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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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코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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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은 28일 오후 6시부터 비트코인 생태계가 안정화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입출금을 중지할 예정이다. 거래소 내에서의 거래는 가능하지만, 역시 비트코인이 분할되는 시점 전후인 오후 8시 40분부터 10시까지 거래를 중단할 예정이다.

코빗은 8월 1일(대략 오전 6시 전후)부터 입출금을 정지한다. 이후 상황이 안정됐다고 판단하면 입출금 기능을 재개할 예정이다. 코빗은 26일 공지사항을 통해 “입출금 중지 기간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이 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을 옮길 계획이 있다면 입출금 기능 중지 전 외부의 개인 비트코인 지갑으로 자산을 옮겨 놓을 것”을 당부했다. 또 이 기간 동안에는 거래소 내 거래도 중지할 예정이다.

②비트코인 보유자, BCC 받을수 있나
비트코인 분리에 대한 전세계 거래소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다. BCC 지갑(계좌)을 만들고 이를 상장ㆍ거래시킬 것이냐, 아니면 BCC를 상황이 안정화될 때까지 없는 셈 칠 것이냐.

빗썸은 비트코인 보유분만큼의 BCC를 지급하고 이를 8월 3일 상장할 계획이다. 8월 3일 상장 시점에(현실적으로는 거래가 중지되는 8월 1일 오전 9시) 비트코인 1개를 보유했다면 1개의 BCC를 받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BCC 하나가 추가로 생기는 셈이다. 이 BCC는 (예정대로라면) 8월 3일 거래소에서 매도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빗썸뿐 아니라 야피존도 비트코인 보유시 1대 1 비율로 8월 10일부터 약 한달간에 걸쳐 BCC를 지급할 계획이다. 또 다른 거래소인 코인네스트도 “오는 31일 자정기준 지갑에 비트코인을 보관하고 있을 경우 동일 수량의 BCC를 지급받는다”고 공지했다. 코빗도 “BCC가 상당수의 지지를 받고 안정성이 보장된다고 판단되면 며칠 내로 BCC 거래를 지원하겠다”며 “거래 정지 전 비트코인 보유량을 기준으로 1대 1로 BCC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코인원은 후자의 입장이다. 먼저 BCC의 가치가 의심스럽다. 코인원은 27일 공지사항을 통해 “BCC는 대다수 시장참여자들로부터 지지를 확보한 상황이 아니며, 그에 따라 BCC의 가치가 0에 수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블록체인 생태계 교란을 우려한다. BCC는 ‘대다수’ 시장참여자가 아니라 중국 채굴업자들을 중심으로한 ‘특정’ 시장참여자 때문에 생기는 가상화폐다. 가상화폐의 정신인 분권과 평등이 아닌 특정 세력의 ‘욕망’에 기반했다. 코인원은 “업그레이드 때마다 비트코인이 수많은 코인으로 분화되면 결국 시장에서 신뢰도를 잃고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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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원은 이에 따라 “8월 1일 이후 즉시 BCC를 거래하기를 원하는 회원들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입출금 중단 시점인 28일 오후 6시 이전에 출금해 줄 것”을 권유했다.

③ BCC 안 주면 거래소가 꿀꺽?
코인원의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코인원 채팅방이나 게시판에서는 “우리 BCC를 코인원이 먹는거냐”는 우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또 “BCC를 추가로 준다는 곳(거래소)으로 빨리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 “BCC도 안 준다는데 아직도 여기(코인원)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나”는 등 코인원에 대한 부정적인 글이 다수를 이뤘다.

이 같은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탓에 코인원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급감했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8일 비트코인 거래량 기준으로 코인원은 글로벌 거래소 가운데 17위로 밀렸다. 한 달 전만해도 거래량 상위 5개 거래소에 이름을 올렸다. 한 달 전에도 거래량 2위였던 빗썸이 최근에도 2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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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코인마켓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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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코인원 마케팅팀장은 “BCC의 공식적인 지원 여부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향후 BCC가 가진 기술적인 이슈 및 비트코인 생태계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곧, 향후 BCC의 거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BCC를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BCC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BCC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갑(계좌)에 잔고로 표현되지 않을 뿐 네트워크 상에서는 존재한다. 이진우 코인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BCC를 거래소가 꿀꺽한다면 그건 횡령에 해당하는 범죄”라며 “기술적인 오류 때문에 안정화 될 때까지는 BCC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원 측은 섣불리 BCC를 인정했다가 기술적 오류로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갈까 우려한다. BCC 거래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기존 비트코인까지 딸려 출금되는 일(리플레이 어택)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만약 8월 1일 이후 BCC 거래가 안정화되면 코인원도 BCC 지갑을 제공하고 BCC를 상장시켜 거래 가능하도록 만들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화면으로는 보이지 않던 BCC가 살아나, 거래 중단 시점에 보유한 비트코인만큼의 BCC가 각 투자자의 지갑에 표시 되고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진우 CTO는 “거래소는 기술적인 문제나 블록체인 생태계 철학과 관련한 입장 때문에 BCC를 당장 지급하지는 않겠다고 한 것”이라며 “추가로 생기는 BCC를 당장 팔아 현금화 하고 싶은 개인 투자자라면 BCC를 지급하는 거래소로 옮기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④BCC는 제2의 이더리움클래식?
지난해 7월 이더리움이 640억원 규모의 해킹을 당한 후 시스템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으로 분리됐다.

분리 직후에는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 가격 모두 폭락했다. 이론적으로는 하나의 이더리움이 둘로 갈라진 것이니 둘을 합치면 분리 전 가치가 나와야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양쪽 모두 가치가 하락했다.

이후에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더리움이 주류로 인정받으며 가격이 형성, 지난 6월 중순엔 400달러선 근처까지 올랐다. 이더리움클래식도 분리 초기보다 오르기는 했지만, 비주류로 분류되며 이더리움 가격의 15분의 1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최고 가격도 6월 19일 기록한 23달러에 그친다.

그나마 업계에서는 이더리움클래식이 상장 폐지되지 않고 여전히 거래되는 것은 중국 투자자와 채굴업자들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리될 때만 해도 이더리움클래식에 누가 투자하겠느냐며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봤다. 그런데 중국 쪽에서 매수세가 일면서 이제는 주요한 가상화폐가 됐다”고 말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8일 기준으로 이더리움클래식의 시가총액은 13억8000만 달러(약 1조5500억원)에 이른다. 시총 기준으로 7번째 가상화폐의 지위에 올랐다. 참고로 이더리움은 시총 191억2000만 달러로 세계 2위 가상화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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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코인마켓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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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8일 기준으로 이더리움클래식을 많이 거래하는 1위와 2위 거래소가 모두 중국 거래소다. 전체에서 중국 거래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른다.

국내 거래소의 거래 비중도 높다. 23%를 웃돈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국내 투자자들이 이더리움클래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절대 가격이 싸기 때문인 것 같다”며 “비트코인은 비싸서 이더리움을 매매하던 이들이 이더리움이 비싸지자 그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름도 비슷한 이더리움클래식을 샀던 것 같다”고 말했다.

BCC를 지지하는 이들은 BCC가 이더리움클래식처럼 시장에서 살아남아 오히려 더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을 거라 낙관한다. 중국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비트메인의 우지한 대표는 25일 코인네스트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이 나눠진 후 폭락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수 있겠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할 것”이라며 “BCC의 가치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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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주일 비트코인 가격. 자료: 코인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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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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