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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카카오뱅크, 어떻게 '흥행 돌풍' 일으켰나...3가지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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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지난 27일 오전 7시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25시간이 지난, 28일 오전 8시까지 모두 30만500계좌가 열렸고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 받은 고객은 65만2000건이라고 밝혔다.

예‧적금 740억원이 몰렸고 대출액도 500억원이 됐다. 28일 오전 7~8시 1시간 동안 만들어진 계좌만도 7500좌다.

지난 4월 국내 최초의 인터넷은행으로 출발한 케이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45일이 지나 3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것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의 흥행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둘 다 인터넷전문은행인데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보다 훨씬 더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뭘까. 크게 3가지로 나눠 살펴봤다.

조선비즈


① 강력한 플랫폼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인지도 따라올 곳 없어

카카오뱅크의 초반 돌풍을 해석하는 목소리는 다양하다. 가장 큰 흥행 요인을 꼽자면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이다. 케이뱅크는 물론 국내 어떤 금융회사도 ‘카카오’라는 이름보다 더 높은 인지도를 가진 곳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와 이모티콘 캐릭터, 카카오톡과 연계된 송금기능 등이 고객선호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올해 1분기(3월말) 기준 424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분기보다 35만명이 늘었다. 글로벌 MAU는 4916만명이다. 해외에서도 673만명이 카카오톡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그 어떤 곳보다 훨씬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운 은행이라는 데에는 다른 의견이 없다”며 이 은행의 초반 흥행 이유로 카카오 브랜드 파워가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활용해 계좌번호 없이 송금할 수 있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인인증서나 일회용비밀번호생성(OTP)등 보안매체가 없어도 인증비밀번호(핀번호)만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이체할 수 있다.

또 카카오뱅크가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수준으로 낮춘 해외송금 서비스도 강력한 카카오톡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카카오뱅크가 이용하는 카카오톡은 결국 소비자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디지털과 모바일 환경 안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전혀 없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더 파워풀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카카오뱅크 해외송금 화면 / 사진 = 카카오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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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대출 끊길라...무조건 받고 보자

또 하나의 흥행 요인은 ‘케이뱅크 학습효과’를 들 수 있다.

케이뱅크의 ‘직장인K신용대출’은 기존 은행권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아 상품 출시 초기부터 고객들이 몰렸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기가 화를 불렀다. 70여일 만에 5700억원 규모가 대출되면서 올해 이 은행이 세운 대출목표인 4000억원을 크게 넘었고 은행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에 부담을 주면서 이 달부터 상품 판매가 전면 중단됐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로 스마트폰 등 비대면채널을 이용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신용대출은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자기자본이 적은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낮은 금리의 대출을 내주는 데는 ‘물량’의 한계가 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선착순’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에서 대출이 중단된 사례를 보면서 사람들이 카카오뱅크도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일단 계좌를 트고 마이너스통장부터 만들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경쟁자인 케이뱅크의 상품판매중단이 카카오뱅크의 흥행몰이의 1등 공신인 셈이다.

③ 대주주 한국투자의 힘과 전국 ATM 네트워크

카카오뱅크가 고객들의 관심을 끈 이유 중 하나는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58%)의 힘이다. 우리은행, GS리테일, KT, NH투자증권 등이 소규모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는 케이뱅크는 자본금 증자 등의 이슈가 생기면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업을 하지 않는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을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가 아니더라도 각 주주회사들 간의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주주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카카오뱅크는 이런 잡음이 생길 여지가 없다. 특히 한국투자금융은 카카오뱅크를 확실히 지원하기 위해 브랜드명을 카카오로 하기로 했고 글로벌 진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김남구(54)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카카오뱅크를 한국투자그룹의 주력으로 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카카오뱅크를 주력으로 키우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럴 생각”이라며 “카카오뱅크의 영문 이름은 ‘Kakao bank of Korea’인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작명한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뱅크의 뒤에 진출한 나라 이름을 추가하면 되도록 해 해외진출에 용이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전국 10만개가 넘는 ATM 네트워크도 카카오뱅크의 힘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까지 CU, 세븐일레븐, 일부 GS25 등 편의점 뿐 아니라 은행들의 주요 ATM과 제휴를 맺어 입금‧출금‧이체(당행‧타행 모두 포함)가 가능토록 했다. 또 올해 연말까지 수수료를 모두 면제했다. 11만4000여대의 ATM에서 누구나 카카오뱅크에 있는 돈을 수수료없이 뽑을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무서운 이유는 초기 5년여 간은 수익성보다는 확장성에 주력하는 전략을 세웠다는 점”이라고 했다. 당기순이익에 급급한 전략을 펴는 기존 은행들로서는 따라가기 힘든 공격적 마케팅과 금리 경쟁이 예고되고 이를 후원해주는 우군으로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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