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아이돌학교', 이거 나만 불편해?
재능보다 노력 본다며 끊임없이 평가
체계적 교육 없이 실력 위주 순위 경쟁만
아이돌학교 [사진 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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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돌학교를 둘러싼 논란은 대부분 ‘프로듀스101’ 때도 일었던 논란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다. 무기만 안 들었지 배틀로얄ㆍ헝거게임과 같은 경쟁의 가학성과 “픽미 픽미 픽미 업(Pick me pick me pick me up)”을 떼로 외치던 성 상품화 논란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돌학교의 논란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이건 해도 너무하기 때문이다.
아이돌학교 학생들은 계속해서 예뻐지길 강요받는다. 교가 제목부터 ‘예쁘니까’이며 잠자리에 들 때는 서로에게 “내일 더 예쁘게”하고 인사를 건네야 한다. 그 예쁨이 외적 아름다움만을 뜻하는 건 아니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교실은 물론 숙소까지 온통 핑크로 꾸민 모습이나 학교장 역을 맡은 이순재가 학생들을 향해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가 될 아이들”이라고 하는 걸 보면 아이돌학교가 요구하는 예쁨이 무엇인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아이돌학교. 학생 40명 모두가 핑크 베개를 베고, 핑크 이불을 덮은 채 한 내무반에서 자야 한다.[사진 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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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40명이 한 내무반에서 나란히 누운 모습은 최근 군대에서도 보기 힘든 그로테스크다. 아이돌학교의 교사들은 “한 명이 튀려고 하면 그 팀은 무너진다”며 단체생활을 강조하지만, 정작 튀거나 돋보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구조를 만든 건 제작진이다. 교사들은 그런 건 상관없다는 양 ‘우리는 하나다’ 정신만 강조한다. 결국 소녀의 ‘적극성’은 조직생활이라는 명분 하에 한 차례, 그 같은 프레임 안에서 그 적극성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의 선택에 의해 또 한 차례 거세당한다. 노력으로 돋보이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기에는 개개인의 노력은 화면에서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다. 일본에서도 거의 사라진 짧은 체육복 ‘부르마’와 흡사한 단체복을 입히고, 무대 대처 능력을 보겠다며 물을 뿌리는 등 성 상품화 논란도 여전하다.
아이돌학교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불편함까지 더해졌다. 학교라는 형식을 차용한 그 ‘기만’이다. 학교장은 “서툴고 부족해도 괜찮다. 재능이 아닌 노력 중심의 교육, 성장형 아이돌의 산실이 되겠다”고 말한다. 메인 연출을 맡은 전경남 PD도 학교 형식을 가져온 이유에 대해 “실력이 완성되지 않은 친구들이 성장을 통해 완성되는 스토리는 ‘학교’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답했다.
그런데 정작 학교를 가득 채운 건 끊임 없는 이어지는 평가와 순위 경쟁이었다. 매회 두 차례 학생들에게 통보되는 순위는 100% 시청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첫날 낙오자가 생기고 “춤과 노래 안 본다며!(장규리)”라는 배신감 잔뜩 묻은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교사들은 “그냥 놀듯이 하면 된다”고 참가자들을 ‘쿨하게’ 달랜다. 하지만 댄스브레이크 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건 “보여줄 실력이 없어서 그냥 놀겠다”며 패기 넘치게 춤을 췄던 참가자(장규리) 대신 원래부터 실력이 있던 학생들이었다. 체계적이고 진득한 가르침은 없고 평가만 몰아치니, 실력 없는 학생들이 앞으로도 무대 앞쪽에 서는 건 힘들어보인다.
데뷔 경쟁 앞둔 '아이돌 학교'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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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좌절감 내지는 배신감이 어쩌면 아이돌학교의 가장 큰 문제일지 모른다. “노력하면 다 된다”며 ‘노오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보니 노력만으론 안 되는 게 너무 많은 현실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그 배신감. 그걸 우리는 아이돌학교에서도 느끼고 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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