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푸틴, “오만불손한 미국” 격분...러시아, 미국에 즉각 맞보복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이런 오만불손함을 끝없이 인내할 수는 없다. 보복하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격분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북한·이란과 함께 러시아를 묶은 제재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반응이다. 푸틴의 발언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러시아는 바로 보복 조치에 돌입했다. 러시아는 28일 러시아 내 미국의 외교시설 사용을 동결시키고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했다.

핀란드를 방문 중인 푸틴은 이날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새 러시아 제재법안을 향해 격정을 토해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재차 부인했고, 모스크바는 제재안이 최종 확정되면 워싱턴에 보복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투데이, 타스 등 현지 언론들은 푸틴의 분노를 일제히 보도했다.

푸틴은 이날 “우리는 자제하고 참아왔다. 그러나 때가 되면 우리는 보복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를 향한 이런 오만불손함(boorishness)을 한없이 참아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언제, 어떻게 반응할 지는 지금 미국 상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제재 초안에 최종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 외교부는 28일 성명을 내고 “8월 1일부터 미국 대사관은 모스크바에 있는 보관시설과 러시아 북부 시베리아의 사하 공화국에 있는 휴양시설을 쓸 수 없고 9월 1일까지 러시아 대사관 및 영사관에 파견된 전체 외교관수를 455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대선 개입에 대한 보복으로 뉴욕, 메릴랜드에 있는 러시아의 휴양시설을 몰수하고 외교관 35명을 추방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외교부는 “우리는 미국의 국익에 영향을 미칠 다른 수단도 갖고 있다”며 후속 조치가 있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외교부는 “미국은 오만하게 다른 나라의 이익과 입장을 무시하고 있다”며 “새 제재법안은 미·러 관계가 미국 내 정치투쟁의 인질이 됐고, 미국이 정치적 수단으로 국제 경제에서 불공정하게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미국 상원은 찬성 98 대 반대 2로 러시아·북한·이란 제재 패키지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 지원 등 기존 사건에 더해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추가했다. 러시아 석유 기업의 미국 및 유럽 내 석유과 가스 프로젝트가 주요 제재 대상이다.

상원은 특히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를 완화 혹은 해제하려 할 때 반드시 의회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해 트럼프가 시도할 지 모를 러시아 제재 완화를 원천 봉쇄했다. 의회 표결로 트럼프의 러시아 정책 변경을 저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푸틴은 지난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한 것과 이번 제재 승인을 묶어 “(추방 조치는) 이성적인 범위를 넘어섰다”고 했고, “새 제재 또한 국제법의 관점에서 절대적으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제재는 극도로 이기적”이라면서 “워싱턴이 지정학적 이득을 위해 제재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은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 “반러시아 히스테리가 커지고 있다는 증상”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미국 국내 정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희생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다”면서 “양국이 함께 행동해야 정말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유감이다”라고 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