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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드론까지 띄워 찍어대는 몰카범들...여름 '몰카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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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피서지 몰카범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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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해수욕장 몰카범 경고 조형물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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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몰카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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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몰카범 조심하세요


'노출의 계절' 여름 몰래카메라 범죄 집중

안경, 시계에서 손전등, 물병 등 도구 '첨단화'
최근엔 드론 띄워 주택가, 해수욕장 여성 촬영도
"몰래 찍은 사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쾌감"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노출의 계절 여름이 찾아오면서 '몰카(몰래카메라)' 범죄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몰카 범죄는 무더운 날씨 탓에 노출이 잦아지고 옷차림이 짧아지는 여름철에 집중되는 편이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몰래카메라 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 1523건, 2012년 2400건, 2013년 4823건, 2014년 6623건, 2015년 7623건, 2016년 5185건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강력한 단속으로 전반적인 범죄 발생율이 한동안 주춤한 것과 달리 몰카 범죄가 오히려 해를 거듭할 수록 급증한 데에는 고성능 카메라를 내장한 스마트폰 보급이 대중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휴대전화를 이용한 몰카 범죄는 일상에서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국회의원 아들인 현직 판사가 최근 서울 지하철 4호선 전동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입건된 사례까지 있었다. 지난 6월 말에는 20대 회사원이 무음 스마트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지하철과 버스에서 여성들의 치마 속 특정 신체 부위를 100여장 가량 찍다가 발각돼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몰카 범죄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촬영"이라며 "연령대는 20~30대가 많은 편이고 의사나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몰카 범죄는 주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수영장이나 샤워실, 공중화장실 등에서도 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예민한 여성들은 자체적으로 탐지기를 구입해 가는 곳마다 몰카 유무를 확인해야 안심할 정도다. 이에 일부 물놀이 시설에서는 몰카범죄 사전 차단을 위해 휴대전화 등과 같은 카메라가 내장된 기기의 반입이나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서울시와 원주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몰카 색출 전담반을 두고 공공기관, 민간 건물 화장실 등을 대상으로 '몰카 프리존(Free Zone)'을 지정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학내 몰카 범죄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자 건국대, 서강대, 연세대, 한양대 등은 총학생회 또는 총여학생회 차원에서 몰카탐지기를 구매해 불시에 점검하거나 학생들에게 대여해주고 있다. 올해 고려대 문과대학에서는 법학관 구관 등의 화장실 3곳에서 몰카가 발견되기도 했다.

문제는 렌즈 지름이 1㎝도 되지 않는 초소형 카메라를 내장한 첨단 몰카 도구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경이나 시계, 넥타이핀, 단추, 벨트, 인형, 모자, 옷걸이, 라이터, 화재경보기, 휴대용저장매체(USB)와 같은 '고전적인' 도구는 물론 마우스, 물병, 보온병, 자동차 스마트키, 명함지갑, 휴대전화 케이스, 보조배터리 등 온갖 형태의 몰카가 시중에서 활발하게 유통되는 실정이다.

몰카 범죄가 지능화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적발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초소형도 아니고, 굳이 숨기지 않고 버젓이 드러내는 '위장' 몰카에도 속수무책이다. 캠핑장이나 피서지에서 즐겨쓰는 '휴대용 손전등'에 초소형 카메라를 내장한 몰카는 인터넷 상에서 주문만 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급기야 드론을 이용한 신종 몰카까지 등장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윙윙 대는 소리에 벌이 날아다니는 줄 알고 무심코 넘겼다가 집 창문에 드론을 밀착시켜 20분 넘게 촬영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이 여성은 당시 집 안에서 신체 일부를 노출하고 있던 상태였다. 프라이버시가 가장 보장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자택에 머물고 있어도 안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제주도의 한 해수욕장 공용샤워장에서도 드론 몰카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제주도 곽지해수욕장에서 천장이 뚫린 노천 샤워장의 상공에 한동안 드론이 머물며 촬영하는 바람에 몰카 피해를 당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몰카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 경찰도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경찰은 올 여름에도 피서지를 중심으로 집중단속에 나선다. 주파수·적외선 등의 전문 탐지장비를 활용해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스마트폰·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몰카범을 색출하기로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카메라를 들고 밖에 다니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휴대전화가 있으니 언제 어디서든 찍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 사람들이 호응하고 그걸 즐기는 문화가 생기면서 예전보다 훨씬 동기 유발이 많이 돼 범죄가 자꾸 늘어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보통 자신이 굉장히 재밌다고 느껴 '꽂히면' 몰두하고 집착하게 된다. 몰카범들은 몰래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데서 쾌감을 느낀다"며 "판사나 의사 등과 같은 전문직들도 가끔 적발되는데 몰카범죄는 직업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성적 취향과 더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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