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요즘 안 터져 속터지는 넷플릭스, 왜?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통사·업체간 망중립성 갈등
영화 '옥자' 시작 새 콘텐츠 수혈
가입자 몰려 수용트래픽 한계
"넷플릭스, 별도 조치 없어"

아시아경제

[사진제공=넷플릭스]'옥자' 포스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퇴근 후 넷플릭스로 미드(미국드라마) 보는 것이 낙인데, 요즘에는 속도가 너무 느려 볼 수가 없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독점 개봉하면서 국내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월 9500원을 내면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다양한 해외 드라마부터 JTBC, tvN 등 국내 콘텐츠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 가입자들 사이에서 저녁 시간대 접속이 어려울 정도로 속도가 느려졌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국내 이동통신사가 넷플릭스에 대한 속도 제한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 배경에는 이동통신사와 동영상 업체 간의 망 중립성 논란이 숨어있다.

우선 이통사에서는 "특정 사이트에 대한 속도 제한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망 사업자가(이통사)가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사 네트워크의 문제는 없으며 책임은 국내에 캐시서버를 두지 않는 넷플릭스에 있다고 주장한다.

캐시서버는 이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콘텐츠와 데이터를 가까운 위치에 저장해 두는 서버다. 이용자는 해외 사이트 접속 시 외국 본사의 서버를 거치지 않고, 국내에 설치된 캐시서버를 통해 보다 빠른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사실 넷플릭스는 지난 2015년부터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이통사들과 협상을 벌였으나 과도한 수익 배분을 조건을 내걸어 결국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넷플릭스는 유료방송사인 딜라이브와 손잡고 딜라이브 고객만을 위한 캐시서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그동안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그리 많지 않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옥자를 시작으로 국내 콘텐츠가 계속 추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동통신사의 해외 트래픽 양이 제한된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초고화질 콘텐츠를 보려는 가입자가 몰리면서 수용 트래픽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갈등은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사이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SK브로드밴드 고객 사이에서 페이스북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가 캐시서버 설치를 두고 마찰이 생기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에 캐시 서버를 공짜로 이용할 것을 요구했는데, SK브로드밴드는 형평성의 문제로 이를 거부하자 일방적으로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한 접속을 차단해버린 것이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서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으며, 양 사는 캐시서버 설치를 두고 다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페이스북처럼 고압적 위치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단 페이스북 만큼 가입자가 많은 서비스가 아닐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는 매달 요금을 받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정액 요금을 내는 만큼 고객들은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시청하길 기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쉬운 쪽은 넷플릭스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도 넷플릭스 가입자들을 위한 별도의 조치를 취할 이유도 크지 않다. 넷플릭스는 IPTV의 대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넷플릭스쪽에서 국내 소비자를 위해 나서기 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아직까지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자와 별다른 논의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일찍이 넷플릭스와 현지 이동통신사 사이에서 망 중립성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에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자사 가입자의 유튜브와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에 속도제한을 둔 사실도 드러났다. 트럼프 정부는 망 중립성 폐지를 의사를 밝혔으며,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 업체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