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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방 소통 없었다…애로사항 가감 없이 쏟아낸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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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듣고ㆍ묻고ㆍ공감'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허심탄회하게 쏟아내고, 경청하고’

27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간담회는 격식을 따지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과거 정부가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기업인들이 수동적으로 듣던 모습과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기업인들은 새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공감을 표하며 분위기를 살렸고, 그러면서 동시에 각자 분야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호소하기도 했다.

헤럴드경제

[사진=연합뉴스]


규제 완화와 협력업체 지원 등의 민원이 가감 없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데 주력하면서 때로는 자세한 내용을 묻고 또 공감하면서 ‘지시적인’ 발언을 일절 자제했다.

청와대 녹지원에서 20여 분간의 ‘호프타임’으로 긴장을 내려놓은 기업인들은 상춘재 실내에서 이어진 ‘본게임’에서는 준비해온 말들을 빠뜨리지 않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손경식 CJ 회장도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말하며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육성해달라”고 제안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LCD 국산장비 개발을 위한 중소장비업체와 재료업체 등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의 파주공장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큰 도움이 됐고,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 해외 진출 시 중소장비 업체와 공동진출해 상생협력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조성한 1000억원의 상생펀드 중 50%를 2ㆍ3차 협력업체를 직접 지원할 예정”이라며 “LG와 1차 협력업체와 계약 시 1차 협력업체와 2ㆍ3차 협력업체의 공정거래를 담보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중국에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협력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 부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전기차ㆍ자율주행차ㆍ수소연료차를 적극개발하겠으며 이를 위해 국내외 스타트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규제 완화를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 부회장 등의 규제 완화 건의에 공감을 표하면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나도 공약한 게 있고 이해되는 면이 있다”면서도 “꼭 필요한 규제도 잘 구분해서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만약 신고리 5ㆍ6호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해외사업 기회를 많이 가지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태양광 사업과 진천ㆍ음성 클러스터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상시업무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즉석에서 밝혔다. 또 태양광의 국내 입지가 부족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입지 규제를 완화하고 신재생공급의무비율(RPS)의 상향 조정을 건의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GE가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어떻게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했는지 주목해야 한다”며 “포스코도 소재 에너지 분야를 토대로 융합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으며, 2차전지 음극재 등 사업을 통해 신규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를 30년 이상 유지하면서 서로 성장해 왔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계속 늘리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 기업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을 표하면서 하나도 빠짐없이 일일이 답변을 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변인은 “기업인들의 말에 대통령이 응답하고 물어보고 토론하는 형태의 아주 자유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며 “예컨대 ‘비정규직의 뜻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하는 원론적이고 근본적인 대화부터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안보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운 대화가 이뤄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기업인들의 요청에 대통령이 ‘기다 아니다’ 답하는 그런 대화 자리가 아니었다”는 게 박 대변인 설명이다.

그는 “기업인들은 사드로 인한 어려움도 전혀 불편함 없이 말씀드렸고 문 대통령도 충분히 듣고 공감한 부분도 있고, 실제로 기업이 사드 때문에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었는지 혹시 전보다 상황이 풀린 게 없는지 일일이 물으셨다”고 전했다.

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규제프리존법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얘기했는데, 그런 부분은 정기국회에서 현재 제출된 법안대로는 아니겠지만 대체적인 내용으로라도 반영되도록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있지 않겠느냐는 답변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요청사항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으로 시한을 정해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롭게 진행되다 보니 “끝에 서로 정리할 말이 없을 정도”의 분위기여서 문 대통령이 마무리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통 참석자의 성격과 무관하게 간담회나 회의가 끝나면 대통령이 마무리 발언으로 그날 행사를 정리하는 게 관례였던 점에 비춰보면 파격이었던 셈이다.

오히려 이날 간담회 마무리 발언은 참석자 중 최고령자인 손경식 회장이 했다.

손 회장은 회의 말미에 “오늘 너무 만족스럽다. 대통령 말씀을 듣고 푸근하게 느끼고 간다”고 말해 이날 간담회 분위기를 짐작게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늘 대화를 많이 했는데 혹시 말하지 못한 게 있으면 더 해도 좋다”고 했지만, 추가 발언이 없어 “앞으로 더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2시간 39분간의 이날 회동은 막을 내렸다.

간담회는 기다란 라운드형 테이블에서 진행됐고, 문 대통령 좌측에 정의선 부회장ㆍ구본준 부회장이, 우측에 박용만 회장, 함영준 회장이 차례로 앉았다.

문 대통령 정면 맞은편에 손경식 회장이 자리 잡았고, 그 좌우로 박정원 회장ㆍ권오준 회장ㆍ금춘수 부회장ㆍ정용진 부회장이 각각 자리를 차지했다.

양 끝에 청와대의 장하준 정책실장, 반장식 일자리수석, 홍장표 경제수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배석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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