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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K뱅크 vs 카카오뱅크]② 편의점 뱅킹‧메신저 뱅킹 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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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은행 영업점이라는 공간적 의미는 급속도로 붕괴됐다. 은행원을 만나거나 은행 지점에 설치된 자동입출금기기(ATM)에서 업무를 보던 전통적 은행서비스가 차츰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과 모바일(스마트폰) 뱅킹의 출현과 함께였다. 하지만 아직도 입금이나 출금 등은 대부분 은행 영업점에 딸려 있는 ATM을 활용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금융거래 관행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출현으로 여지없이 무너지게 됐다. 두 은행들이 고객 접점을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와 편의점(GS25·CU)이라는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설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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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케이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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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주회사가 고객접점…편의점과 메신저가 은행 플랫폼이 됐다

케이뱅크가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로 은행 업무를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상에서 고객 접점(플랫폼)으로 활용한 곳은 편의점인 GS25다. 주요 주주회사 중 GS리테일을 활용한 전략이다.

케이뱅크는 출범하면서부터 고객들에게 GS25에 설치된 ATM에서 입‧출금 수수료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말까지 전국 1만1000여개 GS25매장에 ATM 160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2020년까지는 5000여대까지 ATM을 늘린다. 다른 은행들 지점 ATM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소액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전국 곳곳에 촘촘하게 들어가 있는 편의점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핸디캡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도 맞불을 놨다. 카카오뱅크는 편의점 CU, 세븐일레븐과 제휴를 맺고 편의점 매장내에 있는 ATM기기를 활용해 체크카드가 없어도 바로 계좌에서 돈을 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스마트출금이라고 이름 붙였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까지 CU편의점 ATM을 포함한 전국 은행 주요 ATM과 제휴를 맺고 입‧출금‧이체(당행‧타행 모두 포함) 수수료를 모두 면제하기로 했다. 11만4000여대의 ATM에서 이런 서비스를 한다.

현금을 찾거나 입금하기 위해 은행 ATM을 찾아 다니던 고객들에게 24시간 문을 열고 있는 편의점 공간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뱅킹 시스템의 문을 연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런 서비스공간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메신저인 카카오 톡(Kakao Talk)까지 고객 접점으로 들고 나와서다. 지난 27일 공개한 카카오뱅크 서비스에는 계좌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으로 송금할 수 있는 간편이체 서비스가 포함됐다.

공인인증서나 일회용비밀번호생성(OTP)가 없어도 인증비밀번호(핀번호)만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이체할 수 있다. 이용자가 사실상 전 국민이라고 봐도 무방한 국민 메신저를 활용해 은행 플랫폼 전쟁에 불을 당긴 셈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톡이라는 엄청난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는 다른 은행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인터넷 은행의 출현으로 기존 은행들도 고객 접점과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마인드가 변하고 있다”며 “유통이나 통신 등 비금융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과 플랫폼 제휴를 어떻게 확대해 나갈지를 은행들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PC와 온라인뱅킹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있지만 모바일(스마트폰)은 시공간의 제약이 전혀없고 내손 안에 은행이 들어왔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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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의 간편송금 서비스 / 사진 = 카카오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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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수수료 전쟁도 불붙여…‘금리 10%대’ 카드론 시장을 3~5%로 낮춰

은행 본연의 경쟁력은 금리와 수수료다. 아무리 편리성이 높아도 대출금리가 높거나 수수료가 비싸면 고객들은 이용하지 않는다. 인터넷은행들은 금리와 수수료로 대변되는 가격경쟁력에서도 시중은행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케이뱅크의 가격경쟁력이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받은 상품은 '직장인K신용대출‘이다. 상품출시 70여일 만에 5700억원 규모가 대출돼 올 한해 대출목표(4000억원)를 넘어섰다. 은행은 결국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관리를 위해 올해 7월부터 이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8개 시중은행의 각 은행당 월평균 가계대출 순증액(1145억원)의 2배 가까운 2000억원씩 매달 대출이 실행됐다. 직장인 K신용대출의 금리가 연 2.67%로 낮았기 때문이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달 대출을 기준으로 공시한 은행별 신용대출금리를 보면 최고신용등급인 1~2등급 고객들도 은행별로 최소 3~5%의 금리를 내야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도 신용대출(카카오뱅크 신용대출) 금리를 최저 연 2.86%까지 낮췄다.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중신용자도 가능한 대출상품이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의 경쟁뿐 아니라 카드사 등 제2금융권 대출시장도 넘본다. 수백만원 가량의 소액대출 금리를 확 낮췄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미니K 마이너스통장’의 금리를 확정금리로 연 5.50%로 제시했다. 300만~500만원까지 한도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이다. 대출상품명은 마이너스통장이지만 사실상 카드론의 성격이 짙은 대출이다. 케이뱅크는 “일반 카드론 등 단기 소액 대출의 경우 보통 금리가 10%대 중후반인 반면 케이뱅크는 확정금리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뱅크 비상금 대출’이란 이름의 소액대출을 내놨다.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등 누구나 최대 300만원까지 최저 연 3.35%로 빌릴 수 있다. 양대 인터넷은행들이 10%대의 카드론 시장을 3~5%대 금리 시장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해외 송금수수료 경쟁에서는 두 인터넷은행 중 카카오뱅크가 선수(先手)를 쳤다. 이 은행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들보다 10분의 1수준으로 낮게 제공한다고 했다. 수수료 5000원에 미화 5000달러를 보낼 수 있다. 케이뱅크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이런 수준의 금리나 수수료의 인하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임형석 실장은 “상대적으로 시중은행보다는 판매관리비가 적게 들어 금리나 수수료 경쟁력 있어 출범 초기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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