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文대통령-재계 총수 간담회] 文대통령 "기업 잘돼야 나라 잘된다"… 허심탄회한 대화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긴장 푼 26분간의 호프타임
박용만 회장에겐 '손주'
정의선 부회장에겐 ‘자동차’
기업인별 맞춤형 인사 나눠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손경식 CJ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구본준 LG 부회장, 오른쪽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업이 잘 돼야 나라 경제가 잘 됩니다. 국민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위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큰 목소리로 선창하자 국내 내로라 하는 대기업 대표들도 일제히 "위하여"를 외쳤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셔츠 단추 한두 개를 푼 편안한 모습이었고 손에는 소상공 수제맥주가 들려 있었다. 이들은 대통령의 건배사에 큰 박수로 화답했고 약속이라도 한 듯 다같이 생맥주를 한 모금씩 들이켰다. '화해'와 '화합'을 의미하는 자연주의 안주 한 점도 입 속으로 가져갔다.

■분위기 주도한 文 대통령

27일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펼쳐진 한여름 밤의 호프타임 분위기는 자유로웠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그 나라 재계 순위 상위권 그룹의 회장.부회장의 만남이라고 선뜻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했고 표정은 밝았다. 문 대통령이 원한 '허심탄회한' 만남이 적어도 사전 호프미팅에선 성사된 모양새다.

20여분간 진행된 이날 호프미팅은 문 대통령이 사회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문 대통령은 직접 맥주 디스펜서로 자신의 잔을 채운 뒤 "건강하십시오"라는 건배 제의로 호프미팅의 시작을 알렸다.

"역대 정부마다 경제인을 초청하는 식사를 해왔다"는 말로 운을 뗀 문 대통령은 "정부로서는 경제살리기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없기에 그런 노력이라고 생각해달라"면서도 "과거 만남을 보면 한 번에 많은 분을 만나다 보니 일방적인 느낌이 들어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하실 수 있게 두 번으로 나눴다"고 기업인 간담회를 두 차례로 나눠 진행하는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인들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싶어 각본도, 정해진 주제도, 시간 제한도, 자료도 없이 편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자는 뜻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과 함께 맥주 잔을 부딪치며 대화를 주도해나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시작으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임지호 셰프,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과 두루 인사를 나눴다.

■"손자는…" 맞춤형 질문 눈길

특히 개개인의 근황을 일일이 챙기며 '맞춤형'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최근 손자를 본 박용만 회장에게 할아버지로서의 소감을 물은 게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박 회장을 향해 "번번이 가교 역할을 해줘 감사하다"면서 "지난주에 손자를 봤다고 들었다. 손자.손녀가 아들.딸하고는 또 다르죠"라고 물으면서 '선배 손자바보'의 면모를 보였다.

양궁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에게는 "지난 올림픽 때는 전 종목 금메달을 땄는데, 다음 올림픽 때도 자신 있느냐"고 은근한 압박을 가하면서 친밀감을 높였다. 문 대통령은 "중국 때문에 자동차 (사업이) 고전하는 것 같은데 좀 어떠냐"고 했고 이에 정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회를 살려 다시 기술을 개발해 도약하려고 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박정원 회장의 대화 주제는 야구였다. 문 대통령은 박 회장에게 "저도 동네 야구를 좀 했다"면서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했는데 올해는 성적이 어떤가"고 물었다. "지금 3등하고 있는데 부상 선수가 돌아와서 올라가야 한다"는 박 회장의 대답에 참석자들은 정의선 부회장을 가리키며 "(선두) 기아가 여?다. 기아를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또 재계 맏형 격인 손경식 회장에겐 "지난번 미국에도 동행했는데 정정하게 현역에서 종횡무진 활약해 보기 좋다"면서 "맏형 역할을 잘 해주리라 믿는다"고 덕담을 건넸다.

■"오뚜기, 경제정책 모델기업"

각 기업의 핵심 사업에 대한 대화도 이어졌다. 금춘수 부회장에게는 최근 한화가 역점 추진 중인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권오준 회장에게는 미국 정부가 예고한 수입산 철강제품 관세정책에 따른 타격에 대해 물었다.

정용진 부회장에게는 이른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조치로 인한 타격이 없는지 묻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가 없다"면서도 "(중국 조치를) 완화할 기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중견기업 대표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함영준 회장과의 대화에는 관심이 특히 집중됐다.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며 문 대통령이 함 회장에게 말을 건네자 장하성 정책실장은 대통령 옆자리를 함 회장에게 양보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아마도 아주 착한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라면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아주 잘 부합하는 모델기업"이라고 추켜세웠다. 함 회장은 거듭된 칭찬에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 안주는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자연주의 요리가 임지호 셰프가 준비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