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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문 대통령 양말 내 것보다 싼 시장표”…“김 여사 발엔 두꺼운 굳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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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내외 구두 만든 유홍식 명장·전태수 장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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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하고, 편하게 만들어드렸기 때문에 평생 저를 다시 찾으실 일이 없으실 것 같은 게 아쉬울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성격에 제 구두만 마르고 닳게 신으실 테니까요.”

2013년 서울 성동구 수제화거리 명장1호로 선정된 바 있는 유홍식씨(69)는 지난 5월17일 청와대로부터 출장 요청을 받은 뒤부터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27일 성수동 성동지역경제혁신센터 1층 수다카페에서 만난 유씨와 역시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장인인 전태수씨(63)는 “옛날로 치면 나라님 신발을 만들게 된 것이다보니 중압감이 생각보다 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구두 6켤레와 슬리퍼, 커플 등산화를 만든 유씨는 “실제로 보니 문 대통령은 생각보다 더 소탈한 분이었다”며 “신고 계셨던 낡은 구두도 저가인 제품이었지만 양말은 내 양말보다 더 싼 시장표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내가 본 그대로의 모습대로만 국정을 운영하면 부자들은 몰라도 서민들은 편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다만 내 구두를 마르고 닳도록 신으실 테고, 애프터서비스도 확실하게 해드릴 것이기 때문에 다시 나한테서 구두를 맞추실 일은 없을 것 같아 아쉽다”며 웃었다.

대통령 내외의 방미 때 화제가 된 버선코 구두 등을 제작한 전씨는 “김 여사는 선거 때 많이 걸어서인지 발에 굳은살이 두껍게 박여 있어서 편안한 신발을 원하셨다”고 말했다. 유씨는 “저 동생(전씨)이 만든 버선코 구두가 방송화면에 클로즈업 된 것을 보며 뿌듯했다”며 “우리만 만들 수 있는 신발로 우리가 요만큼이나마 애국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와 전 대표는 “납품을 하고난 뒤부터 다리 뻗고 잘 수 있었다. 원래는 70만~80만원 하는 제품들이지만 검소하고, 소탈한 대통령 내외의 모습에 감동해 재료비만 받고 납품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씨와 전씨는 각각 55년과 47년 동안 구두를 만든 구두 장인들이다. 탤런트 최불암씨, 고두심씨 내외, 방송인 이상용씨 등이 전씨를 찾아 수제 구두를 만들었고, 박용성 전 대한상의 회장, 가수 싸이 등은 유씨에게 수제화를 주문했다.

이들이 터전으로 삼고 있는 성수동의 수제화 산업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입소문을 타고 전국의 구두 장인들이 몰려들면서 1980년대에는 국내 수제화 산업의 메카로 부각됐다. 당시 한국의 구두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수입 명품 수제화와 중국산 저가 브랜드가 유입되면서 국내 수제화 산업은 전반적으로 쇠퇴했다. 쇠락의 길을 걷던 성수동 수제화산업을 지자체가 처음으로 주목하고, 지원에 나선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부터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박 시장과 뜻을 같이해 수제화 산업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구두 장인들도 이에 호응해 수제화 장인들의 뜻을 모을 수 있는 협의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중저가 브랜드와 고가 브랜드의 투트랙으로 판매전략을 세우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두를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증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수동 수제화의 높은 수준을 대통령 내외분이 공인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벅차다”며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전국을 대표하는 수제화시장으로 육성하는 데 있어 큰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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