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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靑 "진솔한 대화" 선의 강조…기업 "공짜 밥 어딨냐" 부담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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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기업인 상견례 / 발언 순서·시나리오 없이 진행 / 안주로 ‘무카나페’ ‘시금치·치즈’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8명, 20분간 환담 후 상춘재로 옮겨 / 靑 마당서 캐주얼 차림 호프미팅… 中企 수제맥주로 건배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등 8인의 국내 기업인과 맥주잔을 기울였다. 이어 상춘재 실내로 이동해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경제·사회 현안에 대해 토론했다. 새 정부 출범 후 대통령과 기업인의 이날 첫 공식 만남은 처음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허심탄회하게 현장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모임 취지에 걸맞게 초반부터 한·중 무역 쟁점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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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와 재계의 상견례

문재인정부 출범 78일째인 이날 회동은 ‘문재인정부와 재계’의 상견례였다. 재계에선 정·구 부회장 이외에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자산 순위 상위 짝수 그룹 총수·경영인과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청와대의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최근에야 라인업이 완성된 경제부처 수장과 청와대 참모들이 배석했다.

회동은 청와대 요청대로 비즈니스 캐주얼 등 편한 복장으로 녹지원에 도착한 기업인과 정부·청와대 인사들이 환담을 나누는 도중 예정된 오후 6시쯤 문 대통령이 등장하며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녹지원에 설치된 생맥주 기계에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직접 내려받은 350mL 잔에 담긴 맥주를 마시며 약 20분간 선 채로 환담했다. 이후 상춘재로 자리를 옮긴 참석자들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및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발언 순서나 시나리오, 발언 자료 등이 일절 없는, 대통령 주재 행사로서는 드문 모습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나름대로 정부에 불만스러운 점도 얘기하지 않겠는가”라며 “그런 이야기를 듣고 정부와 기업의 접점을 찾아가는 게 이번 간담회의 핵심 취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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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직접 생맥주를 따르고 있다.


◆청와대의 치밀한 기획


청와대는 ‘진솔한 대화’라는 이날 모임의 강조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재계는 ‘공짜밥, 공짜술이 어딨겠느냐’며 새 정부 정책에 호응해야 하는 부담감을 감추지 않았다. 초대기업 증세, 최저임금 인상 등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정부 방침이 분명한 상태에서 재계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있겠느냐는 불신도 적지 않았다.

실제 청와대는 이날 메뉴 선정 등을 통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재계 순위 하위권인 오뚜기를 비정규직 문제 모범사례로 굴지의 기업 초청 자리에 합석시킨 데 이어 맥주도 주류업계의 높은 진입장벽을 돌파한 중소 맥주 브랜드 세븐브로이의 ‘강서 마일드 에일’을 대접했다. 특히 이 회사는 34명 임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임지호 자연주의 요리가가 마련한 안주·식단에도 청와대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무를 이용한 카나페’는 해독작용을 하는 무처럼 오랜 갈등과 폐단을 씻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고민하자, ‘시금치와 치즈를 이용한 안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재료의 조화처럼 화합하자, ‘미역, 조개, 낙지를 이용한 비빔밥’은 각자를 존중하며 하나를 이루어 내는 공존을 상징한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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