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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담뱃세 인하’ 연일 공방… 여도 야도 속내는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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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정우택, 홍준표 겨냥

“국민에 미칠 영향 더 따져야”

민주당 “꼼수 정치” 반격하면서도

“증세 문제 일단락 후 절충” 관측도
한국일보

자유한국당 정우택(왼쪽)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에게 무언가 얘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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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세 인하 문제가 정치권의 복잡한 쟁점으로 부상했다. 논란을 촉발시킨 자유한국당에서는 지도부 간 이견이 노출됐고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공격하고 있지만 속내가 편치는 않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담뱃세 인하에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언급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홍준표 대표의 측근인 윤한홍 의원이 담뱃세 인하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사실을 거론하며 “당론 발의가 아닌 의원 개인의 발의”라고 선을 그은 뒤 “이와 관련한 당론을 정하는 것도 그리 급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담뱃세와 관련해선 찬반 양론이 있다”며 “다 들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홍 대표의 대선 공약인 담뱃세 인하는 물론 반값 유류세 역시 추진하겠다는 이현재 정책위의장의 입장에도 제동을 걸었다. 그는 “공약이지만 시행할 때는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한번 더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한다”며 “무조건 이행할 게 아니라 한번 더 점검을 해보는 게 정책 결정자의 도리”라고 했다.

바로 직전 최고위에서 홍 대표가 공개적으로 담뱃세 인하 의지를 강조한 터여서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홍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홍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담뱃세와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니 민주당이 우리를 거꾸로 비난한다”며 “담뱃세를 인상하려 할 때 그렇게 반대한 민주당이 지금은 왜 반대하는지 참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향해 “정치적 꼼수”라고 반격하고 있다. “국민들을 심심풀이 땅콩으로 여기는 처사로, 대국민사과부터 먼저 하라”는 것이다. 현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담뱃값 인하를 들고 나온 건 ‘정부 발목 잡기’라고 규정했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세법 정상화에 대한 증세 논의를 먼저 하고, 담뱃값 문제 인하를 추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한국당은 2년 전에 자신들이 올렸던 책임으로서 대국민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이어 한국당을 향해 “담뱃세로 인한 세수 증가 5조원, 유류세 7조원 등 12조원의 감세 혜택을 원상복귀 시킬 경우 5년 간 60조원의 국가재정 손실이 발생한다”며 “대책이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담뱃세 인하를 공약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담배는 서민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이기도 한데 그것을 박근혜 정권이 빼앗아갔다”며 “담뱃값은 물론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는 올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여권 안팎에서는 “증세 문제가 일단락되고 야당의 요구가 거세지면 어떤 식으로든 절충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민주당은 당장은 한국당의 대국민사과를 전제로, ‘선(先) 부자 증세, 후(後) 서민 감세’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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