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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최저임금 빌미 아파트 경비원 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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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입주자회의, 시급 인상 핑계 동의서·투표 추진

노무사 “용역회사, 비싼 중간 이익 요구가 더 큰 문제”

경향신문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인상되자 이를 핑계로 경비원 감원에 나서는 아파트들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폭보다 2~3배 이상 높게 경비원 감원을 추진하는 아파트들도 눈에 띄었다.

‘경비원 감축운영 방안에 대한 찬·반 동의.’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자들에게 이런 제목의 ‘주민동의서’를 배포했다. 주민동의서에는 “정부가 2018년도 최저임금액을 시간당 604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함에 따라 누적퇴직금 등을 포함해 경비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7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입주민들의 경비비 부담 증가를 억제하고자 경비원을 총원 20명에서 12명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한다”고 쓰여 있다. 경비원 40%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지난 21일 대전 둔산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경비원 감원 찬반 투표 실시를 공고했다. 이 공고에는 “매년 상승하는 최저임금에 따른 관리비(경비비) 증가로 인해 대표회의에서 경비원을 30명에서 16명으로 조정하기로 의결했으나 한편에서는 30명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어 오는 28일 찬반 투표를 열기로 했다”고 쓰여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지난 16일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경비원 감원 결정을 내렸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들은 이날 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급여가 늘어나면 주민들로부터 관리비를 더 걷어야 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30명의 경비원 중 14명을 감축하겠다”고 통보했다. 울산 남구의 또 다른 아파트 역시 입주자대표들이 현재 경비원 수를 줄일 것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충남 공주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들도 “경비비가 타 아파트에 비해 높다는 민원과 최저임금의 매년 상승으로 경비비의 인상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며 “2017년 입주자의 과반이 경비원 6인 감원 및 시설기사 1인 증원에 동의하면 감원하기로 의결했다”는 내용의 ‘경비비 절감 찬·반 동의서’를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그러면서 “7월19일까지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취재 결과 주민들 과반이 감원에 반대해 해고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한 경비원 감원 때문에 아파트 경비원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도 최저임금이 5580원으로 인상된 2014년 말에도 일부 아파트에서 관리비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비원을 감원하겠다는 공지가 나돌았다. 실제 2014년 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전국 322개 아파트 단지 소속 경비노동자 조합원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7.5% 단지에서 경비원 해고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고 결정을 한 아파트 평균 감원비율은 32.5%로 경비노동자 세 명 중 한 명이 해고된 꼴이다.

노동법률사무소 시선의 김승현 노무사는 “엄밀히 말하면 경비비 증가는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경비원들이 속한 용역회사들이 최저임금 상승보다 몇 배로 비싼 중간 이익을 요구하는 게 문제”라며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해도 아파트 측에서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한다면 최저임금 상승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유설희·심윤지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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