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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日야당 민진당 재건의 꿈 좌절…취임 열달만에 막내린 렌호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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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논란·도의회 선거참패가 '발목'…"통솔력 부족" 인정

정계 '여성 트로이카 시대'도 저물어…고이케 지사만 건재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의 렌호(蓮舫·49) 대표가 취임 10개월여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27일 사퇴 의사를 밝힌 렌호 대표는 독특한 이력에 대중성을 지난 스타 정치인이었다.

아버지가 대만 출신인 그는 학생 시절 음향기기 회사의 광고 모델을 거쳤고 민영방송 뉴스 진행자로 활동해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9월 15일 제1야당의 첫 여성 대표로 선출된 뒤 대만과 일본의 이중국적 논란에 대해 재차 사죄하고 "여러분과 함께 민진당을 만들어 가겠다"며 당 재건 의지를 밝혔지만, 현재로선 이는 실현되지 못한 '꿈'에 그쳤다.

연합뉴스

국적 자료 공개한 '이중국적' 논란 일본 민진당 대표
[AP=연합뉴스 자료사진]



10년 전 중의원 선거에서 아소 정권을 붕괴시키고 정권을 잡았던 민진당(당시 민주당)은 '돌아온 아베'에게 2012년 12월 정권을 내준 뒤 한 자릿수 지지율 행진에 선거에서 연패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학 스캔들'로 휘청거렸음에도 지난 2일 열린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에서 민진당 의석은 기존 7석에서 5석으로 오히려 줄어 드는 참패를 안았다.

이 때문에 렌호 대표가 당을 추스르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중국적 논란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렌호 대표는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 이후 당내에서조차 비판론이 제기되자 지난 18일 대만 국적을 갖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는 호적등본을 공개했다.

그러나 과거에 고등학교 재학 중 대만 국적을 포기했다고 밝혔다가 대표 경선과정에서 이중국적 보유 사실이 알려지는 등 혼선을 보여준 것에 대한 '뒷북대응'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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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1야당 민진당의 렌호 대표
(도쿄 교도=연합뉴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15일 일본 제1야당 민진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렌호(蓮舫·중앙)가 임시 당대회 참가자들과 함성을 지르고 있다. 2016.9.15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를 보면 민진당 지지율은 5%로 한 달 전보다 3% 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총리 출신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민진당 간사장은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뒤늦게' 간사장직 사의를 밝히는 등 지도부 간 불협화음을 표출했다.

민진당 내에서 차기 중의원 선거는 도쿄도의회 선거 승리의 주역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5) 도쿄도지사와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탓에, 이를 계기로 일각에선 민진당이 분당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일었다.

렌호 대표는 최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차기 중의원 선거에 즈음해 참의원을 사퇴한 뒤 도쿄 선거구에서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선 "다시 한 번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을 결속할 수 없게 됐다는 생각에 대표직을 그만두기로 판단했다. 통솔력이 나에게는 부족했다"면서 "구심력 높은 집행부가 앞으로 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렌호 대표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일본 정계의 여성 트로이카 시대도 저물게 됐다.

그중 한 명으로 지난해 8·3 개각시 발탁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58) 방위상은 도쿄도의회 선거 직전 유세과정에서의 실언으로 자민당 패배에 영향을 줬던 탓에,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이미 교체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말 당선된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를 이끌며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대승을 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 사의 밝힌 렌호 민진당 대표는

정식 성명을 쓰지 않고 독특하게 자신의 이름만을 사용하고 있다. 2004년 참의원 의원에 처음 당선된 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 3선 의원이다. 2009년 말 민주당 정권이 시작한 예산 재배분 사업에 참여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여론은 낭비 요소 철폐를 위한 예산 재배분 작업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이 과정에서 렌호는 단호한 태도와 논리정연함으로 관료들의 예산 낭비를 추궁했다. 2010년 6월 출범한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에선 42세의 나이에 행정쇄신상으로 발탁됐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국회에서 날카로운 질의로 아베 정권의 각료들을 긴장시켰다. 지난해 9월 그가 민진당 대표로 선출된 뒤에는 보수적 일본 정계에도 여풍이 불어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일기도 했다.

연합뉴스

야당 질의에 답변하는 日 아베 총리
(도쿄 교도=연합뉴스) 24일 일본 참의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특별위원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총리가 제1야당인 민진당 렌호(蓮舫·오른쪽 맨앞) 대표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6.11.25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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