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이슈플러스] 文대통령-기업인 만남…'격의없는 대화'될까 '靑 일방소통'될까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과의 이틀간의 첫 공식 간담회가 시작되는 27일 간담회 결과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문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과 생맥주를 마시는 ‘호프 타임’까지 제안하며 격의 없는 대화에 방점을 둔 만큼 문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에 실질적인 대화가 오갈 것이란 관측과 문재인정부가 초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증세 방침,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의지를 분명히 한만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오뚜기 회장이, 28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각각 참석한다.

세계일보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일과 28일 기업인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말 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수행한 경제인들과 차담회를 하는 모습.


◆문 대통령 ‘탈권위’ 앞세워 격의 없는 그룹 인터뷰될까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격식을 깨는 ‘탈권위‘ 행보를 이어온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도 기업 총수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대통령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전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간담회는 과거의 형식적인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 이른바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자 시나리오와 발표자료가 없다”며 “발표순서나 시간제한도 사실상 없는 격식 파괴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간담회가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20여분간 호프 타임으로 시작해 상춘재로 이동해 55분간 대화하는 총 75분 일정으로 예정됐지만 사실상 무제한 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보통 1시간에서 길어야 1시간 30분 정도로 제한되는 오찬 간담회 형식이 아닌 끝나는 시간에 제약이 없는 ‘만찬 간담회’로 자리를 마련한 것, 참석자 수도 두 개 테이블을 넘지 않는 각각 7명, 8명으로 정한 것도 같은 취지다. 기존 대통령과 재벌 총수 간의 형식적 회동이 아닌 재벌 총수들과 실질적 의견을 교환한다는 취지에서 일종의 ‘그룹 포커스 인터뷰(FGI)’ 형식을 취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엔 대통령과 식사를 통해 자리를 하다 보면 서로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식사라는 격식에 맞춰서 형식적 대화로 흐른 측면이 있었다”며 “실제로 그룹별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도록 하는 형식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실질적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방향 정해진 경제 정책 ‘동참·협조’에 방점 찍힐까

문재인정부가 이미 지난주 경제장관회의,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이어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거치며 경제 정책 ‘청사진’을 제시한 만큼 기업 총수와의 간담회는 새정부의 경제 정책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이제껏 강조해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부자증세 방안 등이 이날 참석하는 기업인들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에게 법인세 및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당위성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등을 직접 거론하며 주요 그룹에 정책 동참·협조를 요청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틀간의 간담회 중 첫날인 이날 참석하기로 한 중견기업 오뚜기의 참석도 14대 그룹 기업인들에게 부담이란 분석이다. 청와대가 오뚜기를 “상생 협력, 일자리 창출 등에서 모범적인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참석을 요청한 만큼 14대 그룹에게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가 애초 이번 간담회를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기업인과의 대화’로 정했던 만큼 간담회에선 오뚜기가 모범 사례로 소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재계에선 지난 5월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부회장이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라고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이 직접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반성해야 한다”고 사실상의 경고를 한 사실을 거론하며 ‘격의 없는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