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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플러스] 유기견을 '퍼스트도그'로…퍼스트도그를 '유기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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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도그에 대한 두 장면 / 文대통령 유기견 입양 VS 朴 전 대통령 진돗개 유기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유기견을 ‘퍼스트도그(First Dog)’으로 입양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퍼스트도그를 유기견으로 만들었다.’

문 대통령이 26일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 등으로부터 유기견 ‘토리’를 넘겨받았다. 대선 후보 시절 “당선되면 청와대에 입양하겠다”고 약속을 지킨 것이다. 청와대는 “헌정 사상 첫 유기견 출신 ‘퍼스트 도그(first dog)’”라고 설명했다. 검은털의 잡종견인 토리는 경기 남양주 폐가에서 구출돼 2년 동안 새 주인을 기다리던 유기견으로 문 대통령은 대선 전인 5월 5일 당선되면 토리를 입양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날 토리의 주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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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안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일반적인 동물 입양절차에 따라 입양을 받았다는 확인서에 사인을 하고, 진료기록과 성격, 동물 신분증명서와 같은 마이크로칩 등 ‘토리’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박소연 대표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1000만 명을 넘어선 시대가 됐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존하면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유기 동물에게도 사회 전체가 돌봐주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기견 입양을 공약했던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이 인용된 3월12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사저로 돌아가면서 관저에서 키우던 진돗개 9마리를 청와대에 그대로 둔 채 떠났다. 남겨진 진돗개는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취임 당시 삼성동 이웃들로부터 선물 받은 한 쌍인 희망이와 새롬이, 지난 1월 말에 태어난 새끼 7마리까지 모두 9마리였다.

부산지역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학대방지연합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동물학대방지연합은 국민신문고에 올린 박 대통령 고발 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기르던 본인 소유 진돗개를 유기한 채 자신의 삼성동 자택으로 이주했다”며 “자신의 처지에 따라 키우던 반려동물을 무더기로 버리고 간 혐의는 명백한 유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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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4일 산타 복장으로 치장한 진돗개 평화, 통일, 백두, 한라, 금강. 박근혜 전대통령 페이스북


박근혜 청와대는 퍼스트도그 9마리를 진돗개보존협회에 분양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경호실측은 진돗개들의 처리 방법에 대해 “대통령이 나가시기 전에 혈통 보존이 제대로 되고 잘 관리할 수 있는 데를 찾아서 분양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견이 아니라 번식견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대표 박소연)와 동물보호유관단체협의회, 동물자유연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은 “진돗개들의 혈통 보존 방식은 같은 모견에게서 태어난 새끼들조차 체형과 외모로 나눠 보존과 도태로 분리하고 있는 등 비인도적이며 철저하게 상업적 가치로 이용되고 있다”며 “이제 와서 진돗개의 혈통을 보존하겠다고 하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려견인 진돗개'라는 일종의 '퍼스트 독 프리미엄'을 붙여 향후 지속적인 번식을 시키고 상품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기 전 유기견 입양을 공약하고선 한 마리도 입양하지 않더니 오히려 퇴임 후 무려 9마리의 유기견을 만들고, 이제는 그보다 더 나쁜 번식용 개들로 살아가게 하겠다는 발상은 나빠도 너무 나쁘다”고 비판했다.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거세자 청와대는 9마리 가운데 4마리만 진돗개보존협회로 보냈고 3마리를 일반 가정에 입양시켰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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