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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ESC] 우리 뭐하고 놀까? 화살 던져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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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다트: Darts

다트장, 직장인 회식 장소로 인기

데이트족들도 자주 찾아

주말은 만석,·대기는 기본

펍에선 한 게임당 1000~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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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저녁, 서울 홍대 인근의 한 다트장에서 동호인들이 다트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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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습기가 피부를 뚫고 들어오던 22일 저녁, 서울 홍대 인근 거리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더위에 지친 젊은이들은 한 손엔 아이스커피, 다른 한 손엔 휴대용 선풍기를 들며 하장군(夏將軍)에 맞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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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근에서 가장 사람이 몰리는 ‘주차장 골목’ 인근에 위치한 ‘다트프린스’ 홍대점. ‘만취자는 출입을 금지한다’고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리보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 안은 시끄러웠다. 다트가 보드에 꽂힐 때마다 ‘뿅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드 한가운데인 ‘불’(Bull)을 맞추면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전자 다트 기계는 더욱 요란한 효과음을 냈다.

주말밤엔 대기 손님까지…여성도 많아

전문 다트장인 이곳에 설치된 기계는 총 13대. 서울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볼링장처럼 줄 선 13개 다트 라인이 다 찬 상태였다. 말 그대로 ‘만석’. 프로 다트 선수이자 매니저인 이순안(29)씨는 “오늘은 더워서 좀 덜한 편이다. 평소 토요일 같았으면 대기를 해야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구, 커플 등 짝을 지어 온 20~30대가 대부분이었다. 옷을 맞춰 입은 다트 동호회 모임도 열리고 있었다. “다트 동호회 회원들은 한달에 한두번 정기 모임을 하는데, 대부분 회사원들이다. 20여명이 한꺼번에 온 적도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마니아들도 생겨, 오후 1시 문을 열자마자 들어와 문을 닫을 때까지(평일 자정, 주말 새벽 2시) 다트를 던지고 가는 사람도 있단다. 하루에 적어도 수백명이 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비용은 비싸지 않다. 1시간당 3명까지 1만5000원이고, 4명은 2만원이다. 이곳에서 파는 커피 등 음료수(3000~4000원)와 병맥주(6000~7000원), 감자튀김(9000원)도 합리적인 가격이다.

이곳처럼 다트만 할 수 있는 전문 다트장은 전국 20여곳 정도다. 전문 다트장은 이제 성장 단계고, 일반인들이 다트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펍 같은 술집이다. 이씨는 “이 골목 펍에 있는 다트 기계만 90대, 홍대 인근 펍을 합하면 200여대가 깔렸다. 이제 음주와 함께 다트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된 거 같다. 나도 처음 펍에서 다트를 배웠다. 그렇다고 술집처럼 과하게 마시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펍의 경우 한 게임당 1000~2000원이다.

이날 모임을 연 다트 동호회는 폭격기 이름을 딴 ‘비투’(B-2)라는 동호회였다. 평소 단체 채팅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다가, 한달에 한두번 다트장에 모여 경기를 한다. 동호회에 가입한 지 3주 됐다는 권성우(25)씨는 “두달 전에 친구들이랑 펍에 갔다가 우연히 다트를 하게 됐다. 대부분 술내기를 한다. 별로 어렵지 않아 보여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졌다.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그의 승부욕을 자극한 것이다.

그 뒤 그는 정기 모임을 하는 동호회를 알게 됐고, 지금은 초보 동호인 자격으로 연습에 참가하고 있다. 1주일에 한두번은 꼭 다트장을 찾는다고 했다. 이런 소규모 동호회가 전국 수백개가 넘는다. 동호회는 지역별 리그전도 펼치면서 실력을 쌓다가, 전국 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프로 선수들도 동호회 출신들이 많다.

남성만 하는 게임이라고? 아니다. 동호회 여성 비율이 40%다. 매장 안 손님 절반 가까운 사람이 여성이었다. 강한 힘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스포츠에 비해 여성의 진입 문턱이 낮은 편이다. 여자 친구와 둘이서 게임으로 하러 온 김현경(23)씨는 “1차로 맥주 한잔 먹고 술도 깨고 더위도 식힐 겸 왔다. 처음 친구 소개로 다트를 알게 됐는데 재밌어서 한달에 두번 정도 온다. 다트가 정확하게 가운데 꽂힐 때 기분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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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 다트 대회. <다트 토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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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욕 자극 장치들 곳곳에

다트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매력으로 뽑는 것이 승부욕과 도취감이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다트가 꽂혔을 때, 그리고 그 결과로 상대방을 이겼을 때 엄청난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술값 등 작은 내기가 걸리고, 여기에 긴장을 풀어주는 맥주 한병이 곁들여진다. 적은 돈으로 큰 쾌락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다트장도 이용자들의 승부욕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배치했다. 매장 직원하고 대결을 해 이기면 음료수 등을 무료로 주는 식이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알바를 이기면 콜라, 좀더 잘하는 직원에게 이기면 커피, 프로 선수인 매니저를 이기면 맥주를 준다.

한달에 한번 정도 소규모 대회를 여는 매장도 있다. 참가비 2만5000원을 내고 20~40명 정도가 참여한다. 참가비가 곧 상금이다. 1등에게는 총 참가비의 50%를 상금으로 준다. 스트레스도 풀고 돈도 벌고, 1석2조다.

프로 선수가 어느 정도 실력인지 느껴보고 싶어, 이 매니저에게 감히 도전장을 냈다. 게임 룰은 가장 많이 하는 ‘01’ 게임으로 정했다. 301점, 501점, 701점 등 미리 점수를 설정해 0점을 만드는 방식이다. 당구에서 칩을 먼저 빼면 이기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룰이 다트의 매력이다. 무작정 가운데인 ‘불’을 맞힌다고 승자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0점이 남은 사람에게 50점짜리 불은 아무 소용이 없다. 5점 더블을 맞히든가, 10점을 맞혀야 한다. 만약 60점이 남았다면, 불을 맞혀도 안 된다. 오로지 20점 트리플(60점)을 노려야 한다. 이게 다트의 묘미다. 이런 이유로 전략과 머리싸움이 필요한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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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몬스터 펍 앤 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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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와 대결…5분도 안 걸려 대패

일반적인 경우 먼저 던지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초초보’인 기자가 먼저 시작했다. 신중하게 한가운데 불을 노렸지만, 예외 없이 빗나갔다. 세번 던지고 이 매니저가 라인 위에 올라섰다. 매섭게 다트보드를 노려본 그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다트를 던졌다. 다트는 한가운데 꽂혔다. ‘불’이라는 커다란 소리가 터졌다. 두번째도 ‘불’을 명중했다. 세번째도 역시나, ‘불’을 맞혔다. 기가 확 꺾이는 느낌이었다. 거의 90% 이상은 불을 맞혔다. 프로는 프로였다.

301점으로 시작했는데, 3라운드까지 기자는 여전히 200점대였고, 이 매니저는 15점밖에 남지 않았다. 0점 만들기에서 초보와 고수의 차이가 뚜렷하다. 0점 이하로 떨어지면 ‘버스트’라고 해서 0점 되기 직전의 점수로 돌아간다. 꼭 그 점수를 맞혀 0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프로는 달랐다. 정확하게 15점에 꽂히면서 게임이 끝났다. 이 매니저는 4라운드에 게임을 끝냈다. 대부분 프로는 3~4라운드에 경기를 끝낸다고 한다. 총 시간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묘하게 창피하면서, 한번 더 하고 싶은 감정이 일었다. 당구에서 꼴찌가 항상 “한판 더”를 외치는 심정이랄까. “아, 이상하게 안 들어가네”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동안, 20대 남녀들이 끊임없이 매장으로 들어왔다. 한손엔 맥주, 다른 한손엔 다트를 든 그들에게서 ‘쿨내’가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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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나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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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으로 맛보는 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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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다트장에서도 다트를 즐길 수 있지만, 현재 전국 5000곳이 넘는 펍과 오락실에 다트게임기가 설치돼 있다. 그 가운데 연인, 친구, 동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비용은 전문 다트장의 경우 한 시간당 1만5000원(3명 기준), 펍이나 오락실의 경우 한 게임당 1000~2000원 정도다. 스틸 다트는 대부분 무료다.

‘나무스’는 홍대 인근에서 다양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총 5대의 전자 다트와 1대의 스틸 다트가 설치돼 있다. 불금 저녁엔 다트 할 자리가 없을 정도라니 일찍 방문하는 게 좋다.(서울 마포구 서교동 409-1 본주빌딩 지하 1층, 070-4142-2898)

‘다트하이브’는 전문 다트장이다. 일본의 전자 다트인 다트라이브 5대가 설치돼 있다. 다트 용품 매장도 있어, 입문자들도 장비를 구입할 수 있다. 스틸 다트도 4대 있는데 음료만 먹으면 무료다.(서울 서대문구 연세로5다길 22-3 070-4335-7090)

경기 수원에서 유명한 스포츠펍 ‘스포츠스테이션’은 다트 외에도 실내야구, 농구, 사격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전자 다트 6대가 설치돼 있다. 커플 및 직장인 회식 장소로 유명하다. 영화관이나 카페 데이트가 식상한 커플들이 가면 좋은 곳이다.(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046 지하 031-225-4800)

대구의 ‘몬스터 펍 앤 다트’는 대구 다트 열풍의 중심이다. 전자 다트 4대를 운영 중이며, 다트 관련 용품 매장도 운영한다.(대구시 중구 삼덕동1가 21-24번지 4층 010-2222-9364)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사진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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